전희택 박사의 건강한 삶 - 존엄사와 뇌사
2009-07-14 (화) 12:00:00
우연히 한국 TV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식물인간 환자의 호흡기를 대법원의 명령으로 제거하는데 마치 뇌사환자와 혼동한 듯 신문·방송 하물며 병원 측 의사들도 모두 임종예배나 보듯이 심각한 표정이었다. 뇌사의 경우는 호흡기를 끊으면 당장 죽는 진단이지만 식물인간의 경우는 뇌사의 경우와는 크게 달라서 호흡기를 끊는다고 해서 당장 죽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인간이라는 것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이 병명이나 진단명이 아니고 일종의 특수한 증상 내지는 후유증이므로 그 원인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도 항상 경험 많은 신경과 의사가 특별 진찰을 해서 주치의를 도와주게 되어 있다.
대체로 식물인간이란 심한 중풍이나 뇌출혈, 말기 뇌종양 등의 결과로 오는 상태이고 뇌사의 상태와는 완전히 다른 진단이다. 뇌사는 위의 여러 가지 뇌질환 외에도 흔히 심장마비의 결과로 심장이 끊어져서 뇌에 산소공급이 5분 이상 중단됐을 때에 오는 상태로, 뇌세포는 산소 차단에 매우 예민하므로 그 기능이 완전히 정지되고 심장운동만 다시 소생됐을 때의 경우이다. 이때는 호흡기를 떼면 몇 시간 안에 심장도, 호흡도 모두 정지되는 극히 특별한 상태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뇌사 진단의 개념이 30년 이상 되지만 많은 시민들 특히 중동이나 동남아 이민자들에게는 납득이 잘 안 되는 진단이다. 요즘은 특히 장기이식이 많이 발달되어 있어서 필요한 장기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고 또 장기를 신속하게 이식을 해야 결과가 좋으므로 뇌사 진단을 서둘러 하려는 경향이 많게 된다. 그러므로 뇌사를 극도로 신중하게 다루려는 신경과 전문의들과 어느 정도의 마찰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 일본에서는 장기이식 문제가 중의원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본래 장기제공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한해서만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했으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장기 제공과 관계없이 뇌사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죽기 전에 뇌사 같은 문제를 생각해 본 사람도 별로 없고 거부 안 했다고 해서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뇌사나 식물인간 또는 존엄사의 판정을 항상 해야 하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 임무의 중대함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