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공의 적들’ (Public Enemies)

2009-07-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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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적 은행강도 존 딜린저 “잡아라, 공공의 적”

‘공공의 적들’ (Public Enemies)

딜린저가 은행강도 후 차로 도주하고 있다.

‘공공의 적들’ (Public Enemies)

밤에 딜린저의 은신처를 공격하는 퍼비스.

★★★(5개 만점)


마이클 맨 감독의 액션물


경제공황 시대인 1933년부터 1934년까지 시카고를 주거지로 하고 미 중서부를 휩쓸고 다니면서 은행만 턴 전설적인 갱스터 존 딜린저의 강도행각과 그를 추적하는 미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의 활약을 그린 폭력 액션영화다.


그런데 영화가 재미있다기보다 갱스터 역사에 관한 장문의 논문을 읽는 기분이다. 뛰어난 영상 예술가인 마이클 맨 감독은 폭력과 액션이 작렬하는 신나는 갱스터 영화를 만드는 대신 경제공황 시대의 갱들에 관한 역사적 문화적 고찰을 해 영화가 차고 지적인 것이 됐다.

그가 지나치게 야심을 갖고 만들어 오히려 대중성을 잃고 말았는데 한 편의 흥미 있는 질서연한 서술 방식을 따른 얘기라기보다 딜린저와 수사 요원들의 활동을 담은 필름의 편편을 보는 듯하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밀고 나가는 박력과 추진력이 모자라고 모든 것을 자제하듯이 표현하다가 간헐적으로 갑자기 액션과 폭력을 삽입해 작품 전체의 톤이 고르지가 못하다.

영화는 1933년 딜린저(자니 뎁)가 수감된 인디애나주 교도소에서 가짜 권총을 사용해 동료 죄수들과 함께 탈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이 뒤로 미 중서부를 종횡무진으로 휩쓸고 다니면서 은행만 터는데 당시 은행에 의해 집과 농토를 차압당하는 서민들은 딜린저를 민초의 영웅처럼 여겼었다. 딜린저의 동료로는 유명한 알빈 카피스(지오바니 리비시)와 ‘베이비 페이스’ 넬슨(스티븐 그래암) 등이 있다.

말끔한 차림의 점잖은 신사로 동료들에 대해 의리가 깊었던 딜린저는 여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는데 그의 애인은 나이트클럽에서 손님의 코트를 챙겨주는 섹시한 빌리 프리셋(‘장밋빛 인생’으로 오스카 주연상을 탄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 빌리는 범인 은닉죄로 체포돼 영창에 들어가기 전까지 충실하게 딜린저의 옆을 지켰다.

딜린저가 강도행각을 벌일 때는 시카고에서 조직적 범죄 신디케이트가 생성될 때로 이들은 법 집행기관을 시끄럽게 만드는 딜린저 같은 독자적 갱스터들을 눈엣가시로 여겼었다. 한편 딜린저의 강도질이 전 미국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이로 인해 FBI가 생기게 되는데 후버(빌리 크루덥) FBI 국장은 고지식하고 청렴결백한 젊은 수사관 멜빈 퍼비스(크리스천 베일)를 시카고 지국장에 앉히고 ‘공공의 적 제1호’인 딜린저를 잡으라고 지시한다.

딜린저는 불과 1년간 강도질을 했는데 1934년 어느 뜨거운 여름 날 저녁 시카고의 바이오그래프 극장에서 클라크 게이블이 주연한 갱스터 영화 ‘맨해턴 멜로드라마’를 보고 나오다가 잠복해 있던 수사 요원들에 의해 사살됐다. 액션 신 가운데 볼만한 것은 동료들과 함께 위스콘신의 외딴 숲 속에 있는 리틀 보헤미아 산장에 숨어 있는 딜린저를 밤에 습격하는 수사 요원들과 갱 간의 총격전. 총알이 콩 튀듯 한다.

유감스럽게도 뎁은 미스 캐스팅. 그는 딜린저를 너무 점잖고 쿨하게 표현해 전연 갱스터 같지가 않다. 그보다는 베일이 훨씬 낫다. 큰 기대를 안 한다면 볼만은 한 영화다. 140분. R. Universal.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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