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모기지 이야기/’역지사지’

2009-06-27 (토)
크게 작게
곽동현

최근 독감이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독감이 요즘 언론에서 떠드는 신종 플루(H1N1)인지는 모르겠다. 독감이 무섭다고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필자의 가정에서도 큰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감기 기운이 돈다고 끙끙 앓더니 이내 열이 오르고 두통을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한 이틀 뒤에 나았는데 연이어 둘째 아들이 똑같은 증상을 보였다. 둘째는 밤중에 고열로 응급실까지 다녀왔다. 다행히 한 사흘 고생하고 생기를 찾았다. 그리고 며칠 전에 막내딸에게 옮겼다. 고열에 콧물에 밤새도록 잠을 못자고 고생을 하는데 필자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 지경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독감이 이제 필자에게도 찾아왔다. 작은 아들 녀석이 ‘아빠, 바늘 수 천 개로 뒷머리를 찌르는 것처럼 아파요’라고 했는데, 정말 실감이 난다. 한 5초 간격으로 뒷머리가 아픈데 정말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한 사흘 정도 고생하니 이제 좀 수그러드는 것 같다. 직접 아파
보니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것 같다.현 정부가 올해 들어 주택 경기 부양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대책은 없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일선에서 느끼는 것은 그저 지루하고 냉랭하기만 하다. 일례로 정부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재융자를 못하는 주택소유주를 위해 주택안정화 프로그램으로 재융자를 해주도록 했다.


필자의 지인도 이 재융자를 요청했고 이런 업종에 종사하다보니 여러 가지 도움을 주게 되었다. 그런데 벌써 6개월째 진행 중이다. 재융자를 해주려고 하는 건지 그냥 지치게 만들어 포기하게 만드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젠 이자까지 올라서 재융자의 의미도 없을 것 같다. 필자가 아파본 독감처럼 집행부에서도 직접 주택모기지 연체에 한번 빠져봐야 그 고통을 실감하게 되고 고통받는 자 편에서 해결책이 간구될 것이다. 이처럼 지금 시장과 융자 은행간에 첨
예하게 대치되는 상황을 각자의 편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1)융자 은행 편에서
우리 모기지 융자 은행은 정말로 너무 놀랐다. 주택 시장이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정말 끔직하다. 2000년 초기만 하더라도 시장에서 원하던 프로그램은 뭐든지 만들어 주었다. 소득증빙 없이 융자는 물론이요 다운페이먼트가 없는 것도 문제없이 100% 융자를 만들어 주었다. 심지어 주택만 구입한다면 클로징 비용까지 융자를 해줬다. 행여나 월페이먼트가 많아서 고객들이 불평을 하면 최저 월페이먼트로 그 부담까지 덜어주었고 시장에서 원하면 거의 공짜로 주택을 구입하도록 도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생기자 시장과 정부는 모든 책임을 은행에 묻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던 그 은행들이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마냥 떨어져 나가버렸다. 어느 누구 하나 가엽게 여기지 않았다. 남아있는 우리 은행들은 또 어떤가? 같이 일하던 동료가 짐을 싸고 나갔고 내 급여는 삭감되었고 은퇴 연금마저 반토막이 났다. 이젠 융자 한 건 승인해주는데도 눈치가 보인다. 이건을 융자해줘서 내가 잘못 되는 건 아닌지, 이 고객이 돈 못 낸다고 버티지나 않을지, 조심 또 조심하게 된다. 우리 은행들의 잘못 이라면 시장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준 것뿐이다. 이제는 새롭게 바뀌어야 된다. 시장에 끌려 갈수는 없다. 더 이상 묻지마 융자란 없다.

지금 우리 은행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은행에서 보는 것은 두 가지다. 융자를 얻으려면 얻은 금액만큼 갚을 능력과 다운할 자금이 든 은행 통장이다. 이것이 어렵다는 게 이해를 할 수 없다. 40만달러를 빌려서 월페이먼트에 세금 보험에 일반적으로 크레딧으로 나가는 월페이먼트를 합쳐서 3,000달러가 된다면 최소한 그 두 배인 6,000달러는 Gross로 벌어야 세금내고 Net으로 4,000달러 남짓 될 거고 이것으로 월페이먼트 내고 나머지로 생활이 될게 아닌가? 그리고 주택을 구입하려면 최소한 다운페이먼트가 한 두달 동안은 은행에 들어 있어야 될게 아닌가? 정말 이것 때문에 융자가 어려워 주택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시장에 끌려 다니다가는 우리 은행이 죽는다.

2)시장 편에서
정말 요즘은 은행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융자를 신청해 놓으면 필요한 서류를 거의 책 한 권 만들 만큼 달라고 한다. 돈을 빌려 주려고 하는 건지 감사를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융자가 될지 안 될지 연락이라도 빨리 주지 거의 두 달을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힘들다고 한다. 이런 무책임한 은행들이 있나?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들을 무작위로 만들어 시장을 혼탁하게 하더니만 이제는 그 문을 꽁꽁 걸어 잠그고 뭘 하려고 하는지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현재 시장을 한번 보자 이제 벌써 한해의 절반이 지나갔는데 5월 기존주택 판매가 2.4% 증가에 그쳤다. 그리고 4월, 5월 연속 주택가격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에서 아무리 많은 경기부양책을 내놓아도 일선 은행에서 이리도 자기 몸을 사리고 있으니 도대체가 진척이 없다. 자 한번보자 은행에서 요구하는 소득증빙, 충분히 이해는 한다. 당연히 10% 다운하고 90% 융자를 해주려면 이 고객이 빌린 돈을 갚을 여력이 있는가 알아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된다. 하지만 다운페이먼트가 30%가 넘어가고 심지어 50% 이상 다운페이먼트를 하는데 2년치 세금 보고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잡듯 확인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은행에서 융자를 해줄 때 그냥 해 주는 게 절대 아니다 해당 주택을 담보로 잡고 융자를 해준다. 그리고 융자를 하게 되면 고객이 원치도 않는 감정을 고객 비용으로 하게 된다. 그렇다면 융자를 해주는 은행에서는 그 감정가를 기준으로 최소한 70% 미만 융자일 경우에 굳지 세금 보고서가 필요한가 묻고 싶다. 연체가 생기면 은행에서 차압한다는 서류도 클로징 때 팔이 아프게 사인을 하게 만들면서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주택 경기 회복이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주택을 팔고 사고 시장에 맡겨 놓으면 자동적으로 경기가 회복된다. 하지만 매물은 지금 흘러넘치는데 바이어 마다 융자라는 벽에 막혀 주택 구입에 좌절을 보게 되니 이것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 어디 있나. 작금의 주택경기 침체의 주역은 은행들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철저히 은행의 소행들을 적발해야 주택경기가 회복될 것이다. 지금 시장과 은행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모두가 한번 아파봐야 그 아픔을 아는데 이제는 상대의 아픔을 한번 느껴보길 기대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