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큰 딸의 스무살 생일

2009-06-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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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이 큰딸의 스무 살 생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나 아닌 새로운 생명이 내 몸속에서 자란다는 신비로움에 황홀한 기쁨과 감사를 노래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만 스무 살이 되었다니 생일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대학원 공부 때문에 태평양 건너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하는 남편에게 전화로 첫 아이가 태어난 기쁨을 전해 주며 목이 메었었는데…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 졸업을 코앞에 남겨놓은 늘씬한 아가씨가 되어 있다니… 인생은 참으로 아름다운 노래 맞습니다.

동생 다섯을 돌보느라 어려서부터 쉴 새가 없었던 큰딸 아이에게 전 참 빚이 많은 엄마입니다. 연년생 어린동생 3명뿐 아니라 바로 밑의 두 동생들까지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사랑해 주었는지, 우리 여덟 식구뿐 아니라 네 분의 할아버지, 할머니, 옆에서 지켜보았던 이모, 삼촌들이 생생한 증인입니다.


어려서부터 개성이 강해 하고 싶은 것도 참으로 많았던 다재다능한 첫 딸아이에게 육남매의 양육을 책임져야 했던 이민교회 목사가정은 그다지 좋은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늘 아쉬움이 가득해 많은 날들을 눈물의 기도로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엎드리며 지났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모든 것이 설명치 못할 크신 은혜로 채워 있음을 발견합니다.

보이는 물질과 눈앞에 펼쳐진 환경을 초월한 놀라운 하늘의 힘으로 여섯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음에 그저 감사밖에는 고백할 것이 없습니다.

오랜만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근사한 저녁만찬을 나누었습니다. 밥을 먹기 전에 감사기도를 드리고 돌아가면서 큰 딸아이에게 장점과 축복의 말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큰 누나를 가장 좋아하고, 동시에 가장 무서워하는(?) 여섯째 막둥이가 먼저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듭니다. 띠동갑인 누나이기에 때로는 기압이 잔뜩 들어 온갖 심부름은 자원해 하면서도 엄마보다 키도 더 큰 누나 때문에 무척 행복해 하는 여섯째의 사랑 고백은 모든 식구를 감동시켰습니다. 모두들 바빠서 놀아줄 시간이 없는데도, 유독 큰누나가 시간을 내어 농구연습도 함께 하고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너무 고마웠다고… 막 시작된 서머스쿨에서 최고점수를 받도록 매일 기도하며 축복한다고 말해서 모두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앉은 순서대로 넷째, 다섯째, 셋째, 둘째까지 모두가 한결 같은 감사와 사랑의 고백이 넘쳐납니다. 식구들의 생일마다 기막힌 아이디어로 깜짝 이벤트를 해주었던 고마운 딸 베키! 드디어 엄마 차례가 되었는데 시작 전부터 목이 멥니다. 어른 같이 깊은 마음으로 엄마를 도와줬던 순간들이 겹겹이 쌓인 나이테처럼 사랑 사슬로 온몸을 휘감습니다. “베키 때문에 세상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던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단다… 20년 동안 엄마에게 셀 수 없는 행복을 선물해 준 첫딸 덕분에 철이 없던 엄마가 이젠 어렴풋이 사랑의 깊은 맛을 알게 되어 감사하단다…” 간절한 축복의 말들을 쏟아 놓으면서 마음 속 깊은 우물이 철렁철렁 소리 내어 배경음악을 넣어줍니다.

시작 전부터 눈시울이 촉촉해진 아빠의 순서엔 여덟배가 아니라 팔십배, 팔백배의 감동교향곡이 잠자고 있던 행복 세포를 흔들어 깨우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두 명 더 낳는 건데… 하하핫” 엄마·아빠의 대책 없는(?) 하이파이브에 여섯 아이들도 함께 손잡고 기쁨의 왈츠가 시작됩니다.
벌써 6월 말입니다. 남은 6개월은 맘껏 축복하며 사랑하며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행복을 전염시키는 강력한 행복 바이러스가 되고 싶어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정한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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