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사랑’ 나누러 에콰도르 빈민가로

2009-06-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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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랑’ 나누러 에콰도르 빈민가로

한인 가톨릭 단체인 ‘해외빈민구제회’는 오는 7월 남미 에콰도르 빈민촌 팔마 지역을 방문, 의료봉사 등에 나선다. 지난해 여름 활동 모습.

“거창하게 봉사하러 간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제 자신을 위해 피정을 떠난다는 마음입니다. 불우이웃들을 돕다보면 그들의 순박함을 배우는 등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오히려 많기 때문이지요.”

한인 가톨릭 단체인 ‘해외빈민구제회’(지도신부 이영찬·회장 김안나)가 올 여름 소망 없이 하루하루 막막한 삶을 이어가는 에콰도르의 한 빈민촌에서 ‘사랑 나누기’ 활동을 펼친다.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의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작년 5월 출범한 해외빈민구제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의료봉사단을 구성, 7월6일부터 14일까지 8박9일간 에콰도르 제2의 도시 과야킬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태평양 연안의 어촌인 팔마 지역을 방문한다.


팔마는 의사가 전무, 주민들이 의료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으며 고기잡이가 유일한 수입원이지만 대형 어선을 가진 부자들이 저인망 어업으로 고기를 쓸어가면서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곳. 일자리가 없기에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가야 할 필요조차 못 느끼고 상수도시설이 없는 데다 지하수를 파도 짠물이 나오기 때문에 식수를 정부의 급수차량에 의존하는 등 주민들의 생활상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에이즈 환자들이 차비가 없어서 도시에 약을 타러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인 가톨릭단체 ‘해외빈민구제회’ 봉사단 내달 출발
무료 진료·영어 강습·사진 촬영·나무심기 등 활동


의료봉사단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곳을 찾는다’는 설립 정신에 따라 세상의 끝끝 같은 이곳을 찾아 그리스도를 대신해 섬김의 손길을 내민다. 1,500달러의 경비를 내고 하는 봉사지만, 단원은 작년의 12명에서 25명으로 2배 늘었다.

참가자 중에는 소아과의 2명, 치과의 2명, 내과의 1명, 한의사 3명, 간호사 1명 등 9명의 의료진이 포함돼 환자들을 보살피고 보건교육도 실시한다. 일반인들은 의료팀을 옆에서 돕는 한편 비타민을 나눠주는 등 가난과 병고에 지친 주민들을 섬긴다.

의료팀은 특별히 작년에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것을 감안, 의학용어를 미리 스패니시로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한인 최규업 신부가 26년째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사목하고 있는 팔마 본당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외곽에 흩어져 있는 일부 공소들도 찾는다.

고등학생 4명과 대학을 갓 나온 청년 4명은 팔마에서 5일간 어린이 영어학교를 운영하고 지역사회 젊은이들과 함께 바닷가 생태환경 보호를 위한 청소, 나무 심기 등의 활동도 벌인다. 팔마 주민들이 입에 풀칠을 하는 데 필요한 뗏목을 만들기 위해 벌목을 마구 하는 바람에 식목이 절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사단은 동행한 사진작가가 주민들의 가족사진을 찍어 사진첩을 만들어주는 멋진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당초 미용봉사도 할 작정이었으나 아쉽게도 미용사를 구하지 못해 내년으로 미뤘다. 봉사가 끝난 후에는 현지의 성지를 순례하면서 고요히 자신을 돌아보는 피정의 시간도 갖게 된다.

정동현 의료봉사단 코디네이터는 “해외빈민구제회는 이영찬 신부님과 김안나 회장님 등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도모임을 갖던 중 뭔가 몸으로 섬김을 실천하자는 의견이 나와 만들어졌다”며 “많은 한인 의사들과 약사들이 약품 등을 지원해 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의료봉사단은 출발을 이틀 앞둔 7월4일 10시 성아그네스 성당에서 이영찬 해외빈민구제회 지도신부의 집례로 파견미사를 갖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는 성경말씀을 기억하며 그리스도가 ‘내 형제’라고 칭한 에콰도르 사람들을 하느님 안의 한 가족으로 가슴에 품기 위해서다.

문의 (213)820-3162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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