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펠램 123호선의 납치’ (Taking of Pelham 123)

2009-06-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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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속도감 있는 즐길만한 스릴러

★★★½(5개 만점)


“1천만달러 안가져오면 지하철 인질들 죽이겠다”


일단의 범인들이 뉴욕의 지하철을 납치해 승객을 인질로 잡고 시를 상대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는 기발한 내용을 지닌 이 영화는 1974년 조셉 사전트가 감독한 동명의 쿨한 컬트 클래식(원작은 존 고디의 소설)의 리메이크다.


원작에서는 리메이크와 달리 범인들이 ‘블루’와 ‘그린’ 등으로 가명을 썼고(이 수법은 쿠엔틴 타란티노가 자기 영화 ‘저수지의 개들’에서 써 먹었다) 인질 석방의 대가로 요구하는 액수가 리메이크의 인플레된 액수인 1,000만달러가 아닌 100만달러였다. 그리고 리메이크에서 인질과 말씨름을 하는 지하철 본부의 조차계원(덴젤 워싱턴)은 리메이크에서는 경찰(월터 매사우)이었다. 리메이크에서 납치극 주범으로 나오는 존 트라볼타 역은 원작에서는 로버트 쇼가 맡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원작만한 리메이크가 없는데 이번도 마찬가지. 그러나 두 연기파 배우의 대조적인 연기와 시간에 쫓기는 긴장감 있는 내용과 함께 액션과 속도감을 고루 배합한 즐길만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감독은 워싱턴과 함께 ‘데자 뷰’와 ‘맨 오브 화이어’ 등 과거 3편의 영화를 만든 액션 전문의 토니 스캇.

지능적인 사이코 라이더(트라볼타)와 그의 공범 3명이 백주에 뉴욕 지하철을 납치한 뒤 승객 18명을 인질로 잡고 시를 상대로 1시간 내에 현찰 1,000만달러를 가져오지 않으면 매 분마다 인질을 한 명씩 살해하겠다고 위협한다. 그리고 이들은 납치극을 벌인지 얼마 안 돼 지하철 경찰을 살해, 자기들이 농담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하철 본부에서 라이더와 마이크로 통화를 하는 사람이 뇌물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본부 고위직에서 조차계원으로 강등 당한 월터(워싱턴). 월터는 라이더에게 “나는 평범한 조차계원으로 인질사건을 다룰 권한이 없다”고 말하나 라이더는 월터와 대화를 나누다가 그에게 어떤 친근감을 느껴 인질사건 전문 형사(존 투투로)와는 상대를 하려 들지 않는다.

그리고 라이더는 월터와 대화를 나누면서 월터의 개인 문제를 고백케 하는데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사건해결에 도움이 되는 자신의 정보를 누설하게 된다. 영화에서 라이더와 월터 간의 개인적 연계가 중요한 구실을 하는데 서로 매우 상반된 인물의 성격 묘사를 두 명배우가 극적으로 뚜렷하게 대조를 이루며 잘 한다.

시간이 데드라인을 향해 흐르면서 라이더는 인질 1명을 직접 살해, 뉴욕시가 발칵 뒤집히고 시장(제임스 간돌피니가 재미있는 연기를 호연한다)은 현찰을 마련해 범인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라이더는 현찰 운반을 월터가 하라고 지시한다.

마지막에 가서 월터가 인질이 탄 객차를 운전사 없이 초고속으로 달리게 조치하면서 싸구려 액션 티를 낸다. 그리고 끝의 라이더와 월터의 대면은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영화는 현대 시의에 맞도록 라이더를 주식 전문가로 만들어 차 안에서 컴퓨터로 주가를 조작케 만드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월터의 어두운 개인문제(화이트 칼러 범죄)를 부각 시킨 점도 원작에서는 없었던 얘기.


비만한 몸집의 워싱턴의 차분한 연기도 좋지만 볼만한 것은 역시 비만한 몸집에 구레나룻을 한 트라볼타의 연기다. 신이 나서 즐기면서 밉지 않은 악인 연기를 화려하게 한다.

R. Sony.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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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지하철 조차계원 역의 덴젤 워싱턴과 지하철 납치범 역의 존 트라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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