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하는 삶 - 파나마 단기 선교

2009-05-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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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지도상의 잘록한 허리에 파나마가 있다. 오른쪽에는 카리브해, 왼쪽에는 태평양의 푸른 물결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나라. 95도의 덥고 습한 날씨지만 불어오는 바람에는 막힌 데 없는 바다의 무공해 산소가 가득하다.

지난 달 미국 내 여러 지역에서 출발한 선교팀 30여명은 파나마시티에 모여 엔베라 인디언 부족 마을로 향했다. 시카고 뉴라이프 교회를 주축으로 달라스의 쥬빌리 교회가 참여했으며, LA 지역에서도 동참을 했다. 멕시코 현지 목회자들 또한 폴 서 목사(4 Christ 미션 대표)를 도와 함께 사역에 나섰다.


마을간 이동 수단은 강물을 타고 오르는 카누다. 10명 정도가 타는 길다란 배인데 뒤편에 작은 모터가 달려있다. 짙은 초록과 황토색이 섞인 강은 아마존 지역과 비슷하지만 폭이 더 좁아서인지 작은 악어들이 보였다.
뻬냐비와화 마을과 쿠쿠나티 마을 등지에서 우리들은 각자 맡은 사역을 위해 새벽부터 열심히 뛰었다. 청년들은 여름성경학교를 열었는데 현지 어린이들이 많이 모여 말씀을 듣고 찬양을 배우고 공작시간을 즐겼다. 나는 들고 간 치과 장비를 펼쳐서 현지인들을 치료했다. 아침 일찍 시작해서 한 지역이 끝나면 오후 2~3시께에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 치료를 하는 강행군으로 몸이 피곤했지만 치과 치료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었다. 교인들은 미리 준비한 연극도 하고 미용 사역도 하고 같이 음식을 나누었다. 일과가 끝난 후에는 성령 집회를 열어 뜨겁게 기도하며 찬양을 불렀는데 주님의 임재를 가장 강하게 느끼는 시간이었다.

파나마 사역을 시작한 것은 8년 전의 일이다. 4 Christ 미션이 남미 전체를 복음화 한다는 비전을 품고 멕시코,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에 이어 발을 내디딘 곳이 파나마이다. 현지에 교회와 신학교를 세우고 현지인 사역자에게 교회를 맡기는 일을 해왔는데 이번에 방문한 마나힘 교회와 ‘Ven A Christo(예수께 오라) 신학대학’에는 10명의 신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학장 구스타비노 목사는 파나마 대학의 영어학 교수이기도 하다. 훌륭한 현지인 목사를 배출하는데 뜻을 같이 한 선교팀은 현장에서 3명의 신학생을 위한 1년치 장학금 약 5,400 달러를 모금하여 전달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번 단기선교 기간에는 거의 날마다 집회가 열렸다. 성도가 서로 모여 교제를 하고 떡을 떼며 찬양하는 시간은 천국의 체험이다. 현지인들은 감사의 뜻으로 염소를 잡고 따말을 만들어 우리 팀을 대접하였고 깡글론 지역에서는 ‘Christ the Rock(반석 되신 예수님)교회’ 헌당식도 가졌다. 미주 한인 크리스천들의 기도와 물질이 주춧돌이 된 것이다.

떠나오기 전 열렸던 집회에서 현지 교인들이 우리 선교팀을 위하여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교팀 한 명을 위해 서너 명의 현지인이 머리에, 어깨에, 등에 손을 얹고 스패니시로, 혹은 방언으로 통성기도를 했는데 나의 귀는 그 의미를 알아듣지 못해도 나의 영이 그 말을 듣고 한없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자리에 함께 계신 성령님이 나에게 베풀어주시는 위로에 젖어드는 시간이었다.

‘주려고’ 갔으나 또 다시 하나 가득 ‘받고’ 돌아온 단기선교 여행이었다.


김범수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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