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늘나라로 떠난 ‘선교 거목’

2009-05-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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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세계선교센터’ 설립 랄프 윈터 박사 소천
한국 30번 방문 선교계 인사들과 동역 ‘친한파’


세계 선교학계의 거목으로 친한파 학자인 랄프 윈터(사진) 박사가 그가 평생 사랑하고 세상에 전하려고 애썼던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패사디나 소재 미국세계선교센터(USCWM)는 “USCWM의 설립자인 랄프 윈터 박사가 지난 20일 밤 9시 패사디나 자택에서 부인 바버라 윈터 사모, 세 딸, 몇 몇 지인 등에 둘러싸여 향년 84세로 평화롭게 소천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미국 등 서구는 물론 비서구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친 예언적 선교학자인 윈터 박사는 그동안 골수암으로 투병하면서 방사선 치료를 받아 왔다.
윈터 박사는 미전도 종족 선교와 전방선교 분야를 개척하는 등 개신교의 현대 선교에 한 획을 그은 인물. 일찍이 그는 선교운동의 무게중심이 서구권에서 비서구권으로 옮겨갈 것임을 예견했으며, 선교와 교회와의 상관성을 연구하고 지금은 현대 선교훈련의 대표적 과정이 된 ‘미션 퍼스펙티브스’를 개발해 보급했다. 수년 전에는 시사주간지 타임에 의해 ‘25명의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전도자’ 중 한 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에든버러 세계선교대회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선교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내년 5월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선교전략회의 ‘도쿄 2010 글로벌 미션 컨설테이션’을 준비하는 등 투병 중에도 복음을 위해 야성적으로 헌신했다.

캘리포니아 공대를 거쳐 프린스턴신학교(석사), 코넬대(언어학·선교학 박사)에서 공부하고 과테말라 선교사로 10년간 활동한 뒤 풀러신학교 교수를 거쳐 윌리엄캐리대학교 책임자, 전방개척선교회 대표 등을 맡았다.
그는 크리스천은 예수 그리스도의 선한 군사로서 불필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고 ‘전시 생활방식’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평생 검박한 삶을 산 것으로도 유명하다.

윈터 박사는 1973년 이래 한국을 30여차례 방문하고 한국 선교계 인사들과도 세계선교 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하며 오랜 세월 동역해 한국 및 미주 한인사회 교계도 그를 잃은 슬픔을 진하게 느끼고 있다. 특히 한인 선교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랄프 박사의 타계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긴급히 서로에게 이메일로 연락하고 한인 선교계 차원에서 애도의 뜻을 표하자고 제안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 한국어학부 원장 박기호 교수는 “그는 나의 영웅이었다”는 말로 고인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한 뒤 “큰 별이 졌다. 오래 사시면서 멘토로서 더 도움을 주셨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다. 그러나 그는 선교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또 “통념에 얽매이지 않았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았으며 개인, 교회, 기관과 폭넓은 관계를 맺은 분이었다”고 윈터 박사를 회고한 뒤 “그의 사상과 가르침과 삶은 앞으로도 계속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윈터 박사의 장례예배는 오는 6월27일(토) 오후 1시 패사디나의 레익애비뉴 회중교회에서 열린다.

유족들은 꽃을 정중히 사양한다며 사랑의 조의금을 보낼 경우 ‘로버타 윈터 인스티튜트’(Roberta Winter Institute) 앞으로 수표를 끊어 USCWM(c/o Betty Leung, 1605 Elizabeth St., Pasadena, CA 91104)으로 보내 줄 것을 부탁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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