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리코’ (Jerichow)

2009-05-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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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성 탄탄한 독일 심리 스릴러

‘제리코’ (Jerichow)

토마스(왼쪽부터)와 알리와 라우라가 해변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½


치정과 음모와 배신이 뒤엉킨 날카롭고 구성이 단단한 독일 심리 스릴러로 ‘우체부는 항상 벨을 두 번 누른다’를 연상케 한다. 연기와 촬영 그리고 관객으로 하여금 계속해 알쏭달쏭하게 만드는 기민한 얘기 서술방식을 비롯해 분위기 조성과 군더더기 없는 내용과 구조 등이 모두 진짜 독일제다.

특히 흥미 있는 점은 관객과 주인공들이 모두 앞으로 무엇이 닥쳐올지를 모르게 상황을 이끌어 가는 것으로 상황뿐 아니라 인물들의 깊은 속마음조차도 쉽게 파악하지 못하도록 엮어간다. 여기서 초조와 김장감이 조성된다.


서론식으로 아프간에서 불명예제대를 당한 과묵한 젊은 군인 토마스(벤노 피어만)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한 뒤 느닷없이 들이닥친 빚쟁이들에 의해 폭력을 당하는 얘기가 나온다. 여기서 작품의 미래의 분위가 어느 정도 감지된다.

토마스는 옛 동독 땅인 베를린 서쪽의 제리코에 어머니가 남긴 집에서 살기로 한다. 그는 어느 날 음주운전으로 차가 강턱에 처박힌 터키계 알리(힐미 소저)를 도와주는데 알리는 그 후 운전 면허증을 박탈당해 토마스를 운전사로 고용한다.

알리는 동네에 테이크아웃 가게를 45개나 소유한 알부자로 부인은 젊고 섹시한 금발의 독일 여자 라우라(니나 호스). 알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라우라를 돈 주고 산 셈인데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의처증이 있어 폭력을 휘두른다. 그러나 알리는 결코 근성이 악한 사람이 아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관객은 동정의 대상으로 나중에 치정관계를 맺는 토마스와 라우라보다 알리를 동정하게 된다.

토마스와 라우라는 만난 지 얼마 안 돼 뜨거운 관계가 되는데 묘한 것은 알리가 이 둘을 의도적으로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가 하고 의문을 하게 되는 점. 이 때문에 알리가 둘의 관계를 알고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알리가 가족문제로 터키에 며칠 간 사이 토마스와 라우라는 둘의 사랑의 방해물을 제거할 계획을 짠다. 음모의 주모자는 팜므 파탈인 라우라. 알리가 돌아오고 비밀이 고백되면서 충격적으로 갑작스레 영화가 끝난다. 마지막 장면이 허무감에 차 있다. 소저가 특히 연기를 잘 한다.

크리스티안 페졸트 감독. 성인용. 일부 극장.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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