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들이 ‘사랑의 빚’ 갚을 때”

2009-05-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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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비전 창시자 딸 메릴리 덩커 여사 한인사회에 메시지

‘하나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그것들로 인해 나도 가슴 아파하게 하소서’(Let my heart be broken with the things that break the heart of God). 한국전의 참상을 보고 이같은 간절한 기도 속에서 1950년 월드비전을 창설, 20만 이상의 전쟁고아와 미망인들을 도운 밥 피어스 목사의 딸인 메릴리 피어스 덩커 여사가 최근 전국의 323개 한인교회가 참여한 ‘경제위기 극복 사랑나눔 캠페인’과 관련, 남가주사랑의교회를 방문해 한인 크리스천들에게 사랑의 실천을 격려하는 영상을 나누고 설교를 했다. 이 교회에서는 교인들이 무려 1,514명의 세계 아동들을 후원하기로 약속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세계 최대 기독교 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아동 홍보대사(child advocate) 겸 국제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그는 미국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교회들을 방문, 크리스천들이 ‘하나님의 손’이 되어 기아 및 관련 질병으로 7초마다 한 명씩 죽어가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을 후원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다음은 그가 한인들에게 전한 메시지 요약.


한국전쟁 참상속에서 탄생
고통겪는 어린이 20만명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켜
한인들이 ‘하나님의 손’ 역할
굶주림·질병으로 죽어가는 후진국 어린이 도와줘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이들에게 갈수록 위험한 곳으로 변해 가고 있습니다. 기아, 폭력, 그리고 예방 가능한 질병들로 인해 날마다 수많은 목숨이 스러집니다. 이들은 하나님께 너무도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하나님은 예전에 한국의 어린이들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셨듯이 지금 이들을 보고 애통해 하고 계십니다. 월드비전의 아동 홍보대사로 일하면서 저는 많은 어린이들이 주린 배를 채우려고 쓰레기를 뒤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읽기와 쓰기를 배워야 할 나이에 총 쏘는 법을 습득한 어린 군인들을 보았습니다. 올 한 해 매춘으로 팔려갈 100만명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슬피 울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것을 소유한 우리들이 어떻게 괴로움에 처한 어린이들을 못 본 척할 수 있을까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한 사람이 바로 저희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1950년 초 부흥회를 인도하러 한국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수천명이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1950년 6월25일에 한국전이 터진 것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이 남한을 침략해 한반도를 피와 폭력으로 얼룩진 동족상잔의 비극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많은 남편, 아버지들이 가족들을 영원히 떠났고, 두려움과 슬픔에 싸인 어머니들을 옷가지 정도만 챙긴 채 자녀들과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통곡이 땅에 가득했고, 누구보다 아이들이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언론사 통신원으로 한국에 들어간 아버지는 아이들과 여성들이 대부분인 피난민들이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굶주림과 질병과 죽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버지는 영혼의 번민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그것들로 인해 나도 가슴 아파하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성경책 속표지에 썼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삶을 영원히 바꾸어놓은 순종과 헌신의 기도였습니다. 아버지가 피난민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영상으로 찍어 미 전국을 돌며 도움을 호소하는 순간, 미국 교회들이 함께 마음을 깨뜨리며 동참하는 가운데 월드비전이 탄생했습니다. 아버지는 한경직 목사님 같은 한국 목사님들과 손잡고 끊임없이 굶주린 이들을 먹이고 벗은 이들을 입히는 일에 전념했습니다. 전쟁 후에도 월드비전은 한국에 남아 학교, 병원, 커뮤니티, 교회의 재건을 도왔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20만의 어린이들에게 집과 식량, 의료혜택,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역이 희생 없이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1년에 10개월을 나가 계셔야 했습니다. 그러나 월드비전이 만들어낸 세상의 큰 변화들을 보면 우리의 희생은 아주 작은 것이었습니다. 한국 고아 합창단이 천상의 목소리로 카네기홀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며 이 사역은 진짜임을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용하셨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한국은 제게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한국인들이 기도원에서, 새벽기도 제단에서 얼마나 열심히 기도하는지를 아버지로부터 들었습니다. ‘의인의 간구는 역사하는 힘이 많으니라’는 야고보서 5장16절의 말씀처럼, 바로 여러분과 여러분의 부모, 조부모들의 기도 때문에 월드비전이 탄생했음을 저는 깨닫습니다. 한국인들이 소말리아, 수단 등 다른 단체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지역에서도 활동하는 월드비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한국 때문에 월드비전이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월드비전은 피어스 가문이 아니라, 한국 교회에 속해 있습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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