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집권여당의 재보선 참패

2009-05-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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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고문)

지난 29일 실시된 한국의 재보선 선거에서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의석 5석중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지난 2007년 대선 에서 압승을 하였고 지난해 총선에서도 큰 세력을 과시했던 정당이 왜 이렇게 비참한 결과를 만들게 되었을까.

선거의 결과가 민의의 반영이라고 할진대 지금 한나라당이 민의와는 동떨어진 정당이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출범부터 ‘고소영 내각’이니 ‘강부자 내각’이니 하는 비판을 받아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그리고 그 정부의 정책이 서민층보다는 부유층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 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살수밖에 없었다. 그런가 하면 정책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하여 쇠고기파동을 둘러싼 촛불시위를 겪었고 그런 처지인데도 대선과 총선에서 받았던 압도적 지지에 자만하여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해왔다.


그렇다고 하여 전 정부의 잔재를 과감히 청산하지도 못했고 남북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지도 못하여 남북관계마저 답답한 상태가 되었으니 국민들의 지지가 떨어진 것은 당연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후 등을 돌려 이런 선거결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번 현상은 5년전 열린우리당의 전례와 비슷하다. 당시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사태에 대한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으나 그후 지지도가 계속 빠져서 선거마다 참패를 거듭했다. 결국 지지도가 너무 떨어지자 이 정당으로는 선거를 치를 수가 없게 되어 집권여당이 공중분해 되는 희귀한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보수와 진보 양당제가 확립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보수정당인 공화당과 진보정당인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오락가락하여 정권이 교체되지만 한국처럼 지지도가 극단적으로 변화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책내용이 분명하고 따라서 유권자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일부 정당원과 무소속 유권자의 향배로 정권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을 보면 진정한 보수 또는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민주정치에서 보수와 진보는 좌우의 두 날개처럼 필요한 개념이다. 보수가 중시하는 자유와 진보가 중시하는 평등은 다같이 민주정치가 추구해야 하는 목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진정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없다는 말은 진정으로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정당이 없다는 말과 같다.

그러면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무엇인가. 참으로 엉뚱한 기준으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와 대미우호를 강조하면 보수이고 친북반미를 주장하면 진보가 된다. 그밖에 보수정당은 부유층의 편이고 부정부패가 많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 그러면 진보정당은 반대로 서민층의 편이고 청렴결백한가 하면 그렇지 않다.

한국의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10년을 좌파정부라고 하고 자신들은 진보정부라고 하는데 이 기간동안 서민들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동산가격의 폭등으로 서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고 부유층만 혜택을 누렸다. 서민층을 위한다는 진보정치인들은 강남의 고급아파트에 살면서 재산을 불렸다. 소위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진보정치인을 자처했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퇴임후 살기 위해 아방궁 같은 집을 짓더니 이제 뇌물수수 피의자로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야말로 사이비 진보정치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진정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없어도 선거 때가 되면 선택의 기로에 있는 국민들은 보수 또는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에 투표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랬다가 바라던 대로 되지 않을 때는 지지를 철회하고 반대편으로 돌아서게 된다.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이런 현상의 단적인 예이다. 노무현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이명박 대통령이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집권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만약 이명박정부가 국민들에게 계속 실망을 준다면 차기대선에서 또다시 좌파정부가 집권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재보선 선거의 참패가 한나라당에게는 약이 될 수 있다.

이 참패를 계기로 대오 각성한다면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보수정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편견과 오만을 버리고 서민층을 포함한 국민다수를 포용하는 정책을 취하고 특히 대통령이 국민의 믿음을 얻
는데 최선을 다한다면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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