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얇아진 지갑 “오늘 점심 뭘 먹지?” ‘럭서리 런치’ 6달러로 해결

2009-01-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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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진 지갑 “오늘 점심 뭘 먹지?” ‘럭서리 런치’ 6달러로 해결

‘하우스’에서 5.99달러 런치 스페셜을 즐기고 있는 이진구(왼쪽), 신원경씨. 디저트로 주문한 사이폰 커피를 종업원이 서브 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는‘착한’가격의‘착한’메뉴들이 경기불황 여파로 주머니 사정 가벼워진 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저녁메뉴보다 값 싼‘런치 스페셜’이야 새로울 것 없는 일이지만 최근 눈에 띄는‘착한’런치 스페셜은 말 그대로 스페셜하다. 한식당뿐 아니라 최근 오픈한 팬시한 레스토랑까지 합세해 파스타, 돈까스, 해물우동 등 꽤 비싸 보이는(?) 메뉴들까지 5.99달러에 나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10달러가 훌쩍 넘던 메뉴들이다. 그렇다고 가격을 내렸다고 양과 맛이 줄어든 것은 결코 아니다.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LA 한인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선 맛이나 양에서 차이가 있어서는 결코 스페셜해질 수 없다는 것이 업주들의 설명이다. 굳이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니더라도 요즘 미국 식당들 역시 생존 경쟁을 위해 5~8달러 안팎에서 해결 할 수 있는 다양한 점심메뉴로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돈까스, 파스타, 오므라이스 등 퓨전에서부터 미국 식당의 샌드위치, 스테이크에 이르기까지 타운의 싸고도 맛있는 점심메뉴를 샅샅이 파헤쳐 봤다.


#한인식당은 어디가 눈에 띄나

LA 한인타운에서 가장 눈에 띄는 5.99달러짜리 팬시 메뉴는 ‘하우스’와 ‘수리야’.


두 식당의 공통점은 오픈한지 일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과 퓨전 메뉴가 대부분이어서 2030 젊은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젊은 감각의 식당이라는데 있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런치 스페셜을 5.99달러에 선보인 ‘수리야’는 특별한 홍보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점심시간에 앉을 자리가 없다보니 아예 11시부터 점심식사를 위해 오는 고객들이 있을 정도라고.

오드리 김 사장은 “요즘처럼 불황에 어떻게 고객들을 사로잡을까 궁리끝에 결국 식당 승부라는 것이 값싸고 맛좋은 메뉴라고 생각해 시작했다”며 “점심을 맛있게 먹은 고객들이 저녁손님으로 와 오히려 매상은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해물우동 볶음과 돈까스, 철판 볶음 등 주로 매콤하면서도 한끼 식사로 그만인 퓨전 음식이 대부분이다.
‘하우스’의 런치 스페셜은 이 보다 더 파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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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레스토랑 ‘수리야’의 런치스페셜 매니아라는 클라라 심씨가 해물우동을 먹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 값에 이 맛, 어디서…”
스페셜 메뉴 인기 ‘북적’


퓨전 고급레스토랑 ‘하우스’‘수리야’등
파스타 돈까스 해물우동 등 입소문
시즐러 7.99달러 파격 콤보 등장도



워낙 퓨전 일식과 양식으로 유명한 이곳에서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중심으로 5.99달러에 선보이고 있어 점심시간엔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북새통을 이룬다.

돈까스와 ‘하우스’의 히트 메뉴 명란젓 파스타, 베지치킨이 5.99달러이며 샐러드와 스파게티가 한 세트인 콤보메뉴는 14달러, 여기에 티 또는 커피를 추가하면 16달러에 풀코스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브라이언 정 사장은 “경제가 어려워 힘든데 고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겁고 행복한 점심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스페셜 메뉴를 선보였다”며 “조만간 메뉴를 다양화해 더 많은 행복을 손님들에게 나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급 한정식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소향’ 역시 매달 점심 특선메뉴를 정해 9.99달러에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장어 돌솥밥을, 이번 달에는 수삼 영양 닭곰탕을 9.99달러에 선보이면서 최근 손님이 껑충 뛰었다고. 이 스페셜 런치메뉴는 전체 런치 주문에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기 급상승 중이다. 원래 이들 메뉴 가격은 15달러 선으로 그렇다고 양이나 질을 낮춘 것은 결코 아니다. 또 한식당 ‘무대포’ 역시 불고기, 돼지불고기, 생선구이 중 메인디시를 하나 정한 도시락 역시 5.99달러 선보이고 있어 주머니 사정 가벼운 한인들이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괜찮은 미국식당 런치 스페셜은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잡기 위한 식당들의 노력은 주류사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인타운에도 지점이 있는 시즐러는 최근 메인 디시와 샐러드 바 1회, 음료수를 묶은 점심 콤보를 7.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또 점심시간에 한해서는 무제한 샐러드 바가 9.99달러다.

최근 7.99달러 시즐러 런치메뉴에 반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직장동료와 함께 시즐러를 찾는다는 김미선(28)씨는 “스테이크나 샌드위치 중에 메인디시를 고를 수 있고 샐러드 바 이용에 음료수까지 따라오는 데도 8달러라면 흐뭇한 가격이 아니냐”며 “샐러드 바만 먹고도 양이 차 샌드위치는 저녁식사로 투고해 갈 때도 있어 한번에 두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미국 직장인들이 가장 애용하는 서브웨이 역시 5달러짜리 런치메뉴로 인기몰이 중이다. 원래 6달러 하던 풋롱 사이즈 샌드위치를 5달러에 내놓은 서브웨이는 최근 한인들에게도 인기 급상중이다. 더욱이 서브웨이는 살찌지 않는 저칼로리 웰빙푸드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중이어서 새해 다이어트를 결심한 이들에게 가벼운 점심 메뉴로 각광받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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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가격을 낮춘 점심메뉴가 늘고 있다. 시즐러의 런치스페셜 콤보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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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롱 사이즈를 5달러에 내놓아 인기를 끌고있는 서브웨이의 샌드위치.
 

#싸기만 하다고? 영양까지 챙긴다

이런 런치 스페셜들이 무조건 싸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요즘 소비자들, 그것도 한인 소비자들이 어떤 이들이던가. 입 소문만으로도 흥하고 망하는 곳이 바로 무림의 경지에 다름없는 LA 한인타운 식당업계가 아니었던가.

반값 자른 설렁탕이 ‘고기가 헤엄치고 나간 수프’라고 입소문 나면 단박에 그 식당, 점심 장사는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갈수록 입맛 까다로워지고 가격에 민감해지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 타운 내 잘 나간다는 레스토랑들은 ‘우리 식당에 오는 고객들에게 이 정도 맛의 기준은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웰빙 재료에 푸짐한 양으로 승부하고 있다. 단순히 값만 싼 ‘허접한’ 한끼 식사가 아닌 영양까지 꼼꼼히 챙긴 메뉴로 승부하고 있어 값싼 ‘럭서리 런치’열풍은 당분간 한인타운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글 이주현·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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