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한 자’(Good)

2009-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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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적 주제 다룬 나치 영화

★★½


또 하나의 나치 영화이자 홀로코스트 영화로 철학적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연기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나 범작에 지나지 못한다. 작고한 영국의 C.P. 테일러가 쓴 무대 극본을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악의 유혹을 받아 도덕과 양심이 마비되는 선한 사람에 관한 하나의 우화이자 도덕극이다.

그러나 이런 주제를 영감 없이 평범한 솜씨로 연출, 깊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극적 감정이나 양심의 마비와 도덕적 부패에 어리둥절해 하는 주인공의 내적 묘사가 결여됐다. 그래서 연기파인 비고 모텐슨마저 인형처럼 보인다.


1933년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존 할더(모텐슨)는 나치의 분서를 목격하고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는 원래 수동적 인간인 데다가 두 아이와 정신상태가 불안한 아내 그리고 장모를 먹여 살리느라 나치의 득세와 만행을 남의 일로 여긴다.

이로부터 4년 뒤 존은 나치 검열당국의 소환령을 받는다. 처음에 이 출두령에 공포감에 사로 잡혔던 존은 나치가 자기가 오래 전에 쓴 안락사에 관한 소설을 우량서적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을 알고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리고 나치는 존에게 안락사에 관한 학술적 논문을 써 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즉석에서 수락한 존은 그 뒤로 나치의 후원과 호의로 호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그리고 젊고 예쁜 자기 제자 안(조디 위타커)과 재혼까지 한다. 존은 나치가 자기에게 안락사에 관한 논문을 써 달라고 부탁한 까닭에 관해서는 아예 알려고도 안할 만큼 피동적인 인간이다. 그의 이런 피동성은 그의 양심과 도덕성 마비를 더욱 촉진시키고 그는 나치의 주구가 된다.

서브플롯으로 존과 그의 절친한 친구인 유대인 심리상담의 모리스(제이슨 아이작스)와의 관계가 묘사된다. 모리스는 존의 양심 각성의 촉매제로 사용되고 있지만 존은 수용소에 갇힌 모리스를 면회하면서도 결코 다시 선한 자로 돌아가지 못한다. 구식 스타일의 영화로 도덕 교습이 지나치게 직설적이어서 가슴에 와 닿질 못한다. 비센테 아모림 감독. 성인용. Think. 뮤직홀(310-274-6869).

HSPACE=5
피동적인 대학교수 존은 나치의 주구가 된다.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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