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쉬르와 월츠를’(Waltz with Bashir)

2009-01-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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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만행과 군인들의 공포


전쟁의 만행과 전쟁에 참가한 군인들의 공포와 두려움과 죄의식을 다룬 독특하고 사실적이면서도 때로 초현실적인 이스라엘의 만화기록 영화다.
1982년 레바논 대통령 바쉬르 게마옐 암살 직후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난민촌 사브라와 샤틸라에서 발생한 레바논 기독교 팔란지스트에 의한 난민들 무차별 학살의 진상을 캐 들어간 작품이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아리 폴만은 당시 군인으로서 레바논 침공에 투입돼 이 만행을 목격하고서도 말리지를 못했는데 그는 영화에서 이 만행의 원인과 그를 목격한 군인들의 기억과 죄의식들을 다루고 있다. 매우 심오하고 객관적이며 또 강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베이루트 침공에 가담했던 군인 중 하나인 보아즈가 밤마다 26마리의 개들에게 쫓기는 사납고 힘찬 장면으로 시작된다. 보아즈는 과거 작전 때 짖는 26마리의 개들을 사살했다.

이 꿈의 얘기를 들은 폴만(해설자이자 기자로 나온다)이 진상규명을 위해 과거의 전우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두 사람만 빼고 모두 실제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의 음성)를 하는데 이들의 기억을 통해 얘기가 서로 교차되면서 클라이맥스로 다가간다.

인터뷰의 대상 중 한 명인 카르미는 레바논 침공을 위한 수송보트에서의 군인들 간의 파티를 하는 것 같은 분위기와 함께 자기가 아름답고 거대한 나체의 여인의 몸에 실려 바다로 나아가는 이상한 꿈에 관해 얘기한다.

한편 쉬무엘은 자기에게 로켓발사 수류탄으로 공격한 어린 소년을 사살한 비극에 관해 기억한다. 쉬무엘은 사방에 바쉬르의 포스터가 붙은 베이루트의 시가전에서 기관총을 들고 마치 월츠하는 식으로 닥치는 대로 쏴대는데 영화 제목은 여기서 유래한다. 이 장면이 마치 열병을 앓듯 환상적이면서도 거의 아름다울 정도로 가공스럽다.

과거 비디오로 찍은 인터뷰들을 얘기 서술의 길잡이로 사용하면서 마지막은 당시 상황을 찍은 생생한 기록필름으로 마감된다. 그림이 매우 자세하고 사실적인데 폴만의 진실의 핵심을 찾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필견의 작품. R. 로열(310-477-5581), 타운센터 5(818-981-9811), 웨스트팍8(800-FANDANGO #16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HSPACE=5
이스라엘 군인들이 강을 건너 레바논으로 침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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