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갈비·불고기와 타코의 만남

2008-12-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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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포장마차에‘한국식 바비큐 타코’ 할리웃 야식 떴다

이 사람들 정말 큰일을 저지를 사람들 같다.

젊은이 몇 명이 트럭을 몰고 LA와 할리웃 곳곳을 누비며 한국 고유의 음식인 갈비와 불고기로 만든 타코를 판매하고 있다는 소문, 그 음식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수소문해 만난 이들이었다. 갈비로 만든 바비큐 쇼트 립 타코, 양념 돼지불고기가 들어간 바비큐 스파이시 포크 타코 등 한국식 바비큐와 멕시칸식 타코의 절묘한 만남으로 이뤄진 이 기발한 야식은 판매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미국인들 사이에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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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가 선보이는 한국식 바비큐로 만든 타코.

한인 2세 주축 6명, 이동식 레스토랑‘고기’인기

유명 요리학교 출신 셰프 등 의기투합
밤과 주말에 ‘제2의 꿈’ 키워
갈비·고추장 가미한 타코가 단 2달러
빅히트 “길거리 음식이라 얕보지마”

LA타임스의 데일리 디시, 옐프 닷컴 등이 소개하는 등 이들은 어느새 LA에 새로운 야식문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화제의 주인공들은 젊은 열기를 자랑하는 20~30대 아시안들. 바로 캐롤라인 신 맹귀라씨와 그의 남편 마크 맹귀라, 로이 최씨, 앨리스 신씨, 에릭 신씨, 마이크 프라새드 등 혈기 넘치는 한인 2세 등의 아시아 젊은이 6인조이다.

시작은 그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욕구에서 시작됐다. 캐롤라인의 사촌인 앨리스가 뉴욕에서 LA를 방문하자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다가 늦은 밤 출출한 배를 다스리기 위해 24시간 타코 트럭에서 멕시칸 음식을 사 먹게 됐다. 그때 이들은 불현듯 “아, 이 시간에 한국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이 때 한국의 이동식 포장마차를 떠올렸고, 미국에서 한국식 포장마차를 재현해 보자는 ‘발칙한’(?) 상상을 하기에 이른다.

요식업계와 호텔업계에 수많은 인맥을 갖고 있던 터라, 트럭 업체에 있는 한 지인의 도움으로 트럭을 빌려 본격적으로 한국 음식을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이들의 이동식 트럭 레스토랑인 ‘고기’(Kogi)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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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치킨 포크(위)와 바비큐 쇼트 립 타코.

요리전문가 뭉쳐 ‘한식 맛’일냈다

<‘고기’의 탄생>
일단 트럭을 얻게 되자 본격적인 문제에 달했다. 어떤 음식을 어디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 일단 한국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바비큐다. 지글지글 구워진 바비큐와 신선한 쌈, 소스를 한입에 먹기 좋게 서브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타코처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이렇게 바비큐 쇼트 립 타코와 바비큐 스파이시 포크, 바비큐 치킨 타코, 베지테리언을 위한 두부 타코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위치는? 바로 ‘풋 트래픽’(foot traffic)이 가장 많은 할리웃 길거리 나이트클럽 앞이 딱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야식이 그리운 시간, 바로 저녁과 밤, 주말 등이다.
“제일 첫 번째 판매는 바로 추수감사절 전날 수요일 할리웃의 유명 클럽인 클럽 카바나 앞 아이바 애비뉴(Ivar Ave.)에서였어요. 클럽에서 나오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며 줄지어 타코를 사 먹었지요 정말 ‘빅 히트’였어요”
캐롤라인씨의 설명대로 첫 번째 판매는 기대 이상의 빅 히트였다. 나이트클럽 앞으로 장소를 잡은 이유는 각 계층의 다양한 젊은이들을 타겟으로 하고 싶은 의도였다. 사람들은 단 돈 2달러에 판매하는 고기 바비큐 타코에 열광했다. 새벽 1시30분~2시30분 1시간 만에 타코 200개와 브리토 60개가 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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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맛을 담당하는 셰프 로이 최씨.

<‘고기’ 바비큐 타코>
이들이 고민했듯, 맛의 비결은 “맛있는 한국 음식을 한 입에 담은 것”이다. 즉, 부드러운 또띠야 위에 지글지글 구운 갈비에 신선한 파 무침, 양파를 올린 뒤 한국식 고추장과 파, 참기름, 라이스 비네거 등을 섞어 만든 독특한 소스와 새콤한 레리쉬를 얹는데, 모든 재료가 충분히 가장 이상적으로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 재료 배합에 특히 신경을 쓴다. MSG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매일매일 구입한 신선한 재료만 사용한다.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타코가 단 돈 2달러에, 브리또는 5달러에 판매하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신이 난 이들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고기 타코 판매에 나섰다. 빈대떡과 파무침, 호떡 소스를 얹은 감 요리 등 다양한 스페셜 간식도 준비했다. 트럭의 장점은 어디든지 고객들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 점. 일단 밤거리 족들을 위해서는 할리웃 카바나 클럽 앞 아이바 애비뉴에서 매주 수~금요일 오후 11시~새벽 3시에 영업한다. 또한 ‘아침형’ 고객들과 어른들을 위해서는 매 주일 영락교회에 오전 10시30분~오후 2시30분 트럭을 열어 타코를 판매한다. 이 외에도 UCLA 캠퍼스에서 수~금요일 오후 7시~10시30분이면 이들을 만날 수 있는데, 자세한 장소 및 스케줄은 www.kogibbq.com에서 찾을 수 있다.

<야심만만 2030>
기발한 야식사업을 이끌어가는 이들 6명은 모두 20~30대의 혈기 왕성한 아시안 젊은이들로 요식업계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프로들이다.
먼저 이 그룹을 이끌어가는 마크 맹귀라는 캐롤라인의 남편으로 한인은 아니지만 한국 음식에 누구보다 조예가 깊다. 대학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한 뒤 샌프란시스코의 르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웠다. 이후 하와이와 나파밸리 등에서 셰프로 활약한 뒤 베벌리 힐튼과 하이야트 등 유명 호텔의 푸드 앤 베버리지 매니저와 디렉터를 역임하면서 음식 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고기 탄생의 장본인으로 ‘얼굴마담’이기도 하다. 마크의 부인이자 고기의 모든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캐롤라인 역시 르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전공한 뒤 옴니호텔의 셰프로 활약한 바 있으며, ‘포시즌’ 호텔에서 푸드 앤 베버리지 매니저로서 뛰어난 활약을 벌이고 있는 요식업계 프로로 ‘고기’의 모든 운영을 관리한다.
‘고기’의 음식 맛을 담당하는 실질적인 셰프는 로이 최씨로, CIA에서 요리를 배운 뒤, 뉴욕의 르 버나단과 트레이더 빅스, 베벌리 힐튼 등에서 셰프로 활약했으며 지난여름 센추리시티에 ‘락 슈거’라는 아시안 식당을 오픈했다. 언제나 “이렇게 맛있는 한국 음식을 어떻게 해야 좀 더 쉽게 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왔다고 털어놓는 그는 ‘고기’를 통해 선보이는 다양한 음식들을 통해 외국인에게 한국음식을 제대로, 친근하게 알리고 더 나아가 아시안 2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캐롤라인의 사촌인 앨리스 신씨는 음식연구 및 관련 리서치를, 에릭 신씨는 웹사이트 관리 및 사진촬영을, 마이크 프라새드는 브랜드 디렉터로서 마케팅 컨설팅 등을 담당한다.
프로로서 풀타임 직장을 유지하는 동시 밤과 주말에는 또 다른 꿈을 위해 전진하는 이들. 지칠 줄 모르는 이들의 열정은 정말 조만간 큰일을 일으킬 것만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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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레스토랑 ‘고기’를 이끌어가는 셰프 로이 최씨(왼쪽부터), 매니저인 마크 맹귀라, 캐롤라인 신 맹귀라씨.

<겸손한 출발, 무궁무진한 가능성>
‘고기’는 길거리 음식으로서 비교적 ‘겸손한 출발’을 했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고기’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을 오픈하기를 희망하고, 더 나아가 프랜차이징으로 확대할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음식의 질’은 반드시 지킬 예정이다. 무분별한 확장이 아닌, 기본에 충실하면서 내실 있게 사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먼저 LA를 포함한 남가주를 무대로 고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 탄탄한 사업기반을 만들고 싶단다. 뭐 하나 ‘대충대충’이 없는 프로다운 모습이다.
“‘고기’는 우리 젊은이들의 에너지를 상징해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사업확장을 위해 결코 음식의 질과 맛을 희생시키지는 않을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맛을 미국에 제대로 전하고자 하는 것이니까요”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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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바비큐 타코로 LA에 새로운 야식 문화를 이끌고 있는 ‘고기’는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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