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이제 우리가 꿈 꿀 때

2008-11-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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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44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대통령 당선 연설에서 “이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는데 냉소적이고 두려워하며 의심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오늘은 우리가 역사의 새 방주에 함께 손을 얹는 역사적인 날입니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마틴 루터 킹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선언했습니다.

마틴 루터 킹은 그 유명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의 연설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것과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라고 외쳤었습니다. 그 당시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당찬 꿈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불과 몇십년 후 지금 손에 손을 맞잡는 정도가 아니라 백인 부통령을 거느리는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오바마가 바이든의 어깨를 감싸면서 군중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연단 아래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많은 백인들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입니다.

오바마가 연설을 하는 동안 제시 잭슨의 양볼에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눈물에서 나는 용서를 보았습니다. 오바마의 연설에 몸으로 전율하던 오프라 윈프리의 떨리는 몸짓으로 날려 보내는 서러움의 한을 보았습니다.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사람들의 환호에서 진정한 속죄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속죄는 죄없는 자가 용서의 십자가를 지는 것임을 역사의 현장에서 보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면서 오래 전 미시시피 목화밭에 서서 울던 생각이 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노예로 팔려와 지글지글 타는 태양빛에서 물도 마시지 못하고 흐느적거리며 목화를 따던 흑인들의 부모들이 생각났습니다.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노예처럼 일하던 우리의 이민선배들과 대륙횡단 철도를 만들면서 그 길이만큼이나 죽어나갔다는 초기 중국 이민자들도 오버랩되어 생각났습니다. 적국의 국민이라는 구실로 죄도 없이 열악한 수용소에 갇혀 지내야했던 일본 이민선조들의 이야기와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안들의 이민을 금지한 악법도 그리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님이 상기되었습니다. 이런 생각 가운데 맞으면서도 투쟁하며 결국은 자유를 쟁취한 흑인들. 그들이 싸워 쟁취한 자유와 인권법의 열매를 우리가 누리면서도 검둥이라 부르면서 그들을 얕잡아 보는 우리의 엽전근성이 죄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었습니다. 이룰 수 없었던 것 같았던 마틴 루터 킹의 꿈이 이루어진 순간입니다. 이처럼 꿈은 위대합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이제 우리가 꿈을 꿀 차례가 되었습니다. 오바마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여러 명의 흑인이 대권에 도전했었습니다. 비록 당사자들에게는 실패였지만 결코 그들의 꿈은 깨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낸 제시 잭슨의 눈물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서러움의 눈물이 아니라 자신의 꿈이 오바마에게 이루어진 감격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뒤를 따라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정도의 것이 아닙니다. 이제 더 큰 꿈이 주어졌습니다. 인류 역사의 문을 닫는 순간 거대한 주님의 백성들을 새 예루살렘으로 인도하는 제2의 모세가 탄생하는 꿈입니다. 우리의 자녀들에게 이 꿈을 전합시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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