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위로의 양’(Quantum of Solace)

2008-11-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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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양’(Quantum of Solace)

본드가 카밀과 함께 도미닉의 소굴을 탈출하기 위해 총을 쏘고 있다.(위) 볼리비아 사막을 걷는 제임스 본드와 카밀.

★★★½(5개 만점)

’복수’ 불타는 제임스 본드

젠틀맨의 이미지 벗어던지고
흉기·주먹 휘두르는‘깡패’로
‘카지노 로열’의 속편 액션물



젠틀맨 제임스 본드가 흉기와 주먹을 휘두르는 깡패가 되어 돌아왔다. 007 시리즈 22번째의 영화인 이 작품은 재미있고 혈기방장하나 멋이 없는 순전한 액션영화로 격하됐다.

역대 본드 영화 중 가장 짧은 105분 상영시간 내내 치고받고 때리고 차고 쏘고 찌르고 또 쫓고 쫓기는데 숨이 턱에 찰 정도다. 전통 본드영화라기보다 맷 데이몬 주연의 ‘제이슨 본’시리즈를 연상케 만드는 액션 팬들이 즐길 영화다.

HSPACE=5


그러나 본드의 우아한 멋과 근사한 분위기 그리고 냉소적 유머 등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다. 본드는 이번에는 마티니를 마시면서 “셰이큰 낫 스터드”라는 주문도 안 한다. 제21회 시리즈 ‘카지노 로열’에서 새 본드로 등장한 대니얼 크레이그는 순전히 신체적 힘과 유연성과 사나움으로 본드 역을 잘 해내지만 영화가 따스함이나 감정이 없다.

알다가도 모를 내용의 제목을 가졌는데 플롯이 공연히 복잡하면서도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 것도 결점. 이 영화는 ‘카지노 로열’의 직접적 속편이어서 영화는 전편의 끝에서 본드가 붙잡은 미스터 화이트를 자신의 차 애쉬턴 마틴의 트렁크에 싣고 추격자들을 피해 북이탈리아의 가르다 호숫가를 따라 초고속으로 도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본드는 터스카니의 시에나에서 상관 M(주디 덴치의 역이 전편보다 많이 확대됐다)과 함께 화이트를 심문하다가 암살자의 습격을 받는다. 본드와 암살자간의 타일지붕 위 도주와 추격과 함께 그 전의 자동차 추격 장면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와 박력과 에너지로 갖춰졌다.

이어 본드는 정체불명의 사악한 조직을 찾아내기 위해 하이티의 포토프랭스로 간다. 여기서 그는 불같은 성격의 팔등신 미녀 카밀(우크라이나 태생의 모델 겸 배우 올가 쿠리렌코)을 만난다. 그리고 본드는 올가로 인해 본드의 궁극적 적인 간교하고 잔인한 도미닉 그린(마티외 아말릭- ‘잠수기와 나비’)과 만나게 된다.


본드와 카밀은 모두 복수에 눈이 먼 사람들. 본드는 전편에서 사망한 자기 애인 베스퍼 린드에 대한 복수심에 완전히 살인무기가 됐고 카밀은 도미닉과 거래를 하는 볼리비아의 장군으로 자기 부모를 살해한 메드라노에게 접근하기 위해 도미닉의 애인 노릇을 한다. 그래서 본드와 카밀은 함께 침대에 들 생각도 안 하는데 끝에 가서 가벼운 키스로 작별한다. 그래서인지 둘 간의 화학작용이 미지근하다.

이어 장소는 비엔나의 오페라하우스로 전이된다. 여기서 ‘토스카’가 공연되는 가운데 도미닉과 전 세계서 모여든 도미닉의 볼리비아에서의 사업에 동참하려는 자들 간의 일종의 하이텍 컨퍼런스 콜이 진행된다. 여기서 다시 본드가 나타나 오페라 공연을 배경으로 격렬한 액션을 연출한다. 마지막 무대는 볼리비아. 도미닉은 메드라노에게 권력 장악에 필요한 자금을 주는 대신 사막의 일부분을 요구한다. 도미닉의 목적은 물 공급권 장악. 본드가 시종일관 야생늑대처럼 길길이 날 뛰는 반면에 인물 개발이 제대로 안 됐고 쿠릴렌코는 어색하다. 마크 포스터 감독.

PG-13. MGM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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