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공동체를 위한 희생

2008-09-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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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두레마을엔 대추가 한창입니다. 10월 중순이면 석류가 그 아름다움과 맛을 드러낼 것입니다.

두레마을엔 여러 종류의 과일나무들이 있어서 오랜 시간 그 나무의 과일을 먹는 사람들을 기쁘게 해 줍니다. 한 종류만 있다면 그 과일이 있는 동안만 풍요롭게 느껴지겠지만, 다양한 과일나무들이 있어서 봄부터 가을까지 긴 시간 풍요로움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아름답고 맛있는 열매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열매를 맺기까지 자기의 가지가 잘리기도 하고 각종 벌레에 시달리기도 하고 늘 불어오는 바람에 고통을 느끼며 불안해하기도 하면서도 나무가 자기의 존재 이유에 충실함으로 맛있는 과일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농작물이 다양하면 자기들끼리 서로서로 도와주어 병충해도 많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그 피해를 줄일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마 때가 되면 고추 등에 진딧물이 번성하게 되는데 그 주변에 수수 등이 있으면 그 피해가 어느 정도 감소하게 됩니다. 진딧물은 높이 올라가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들끼리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동물세계도 이 농사에 함께 참여해 서로서로 삶의 영역을 지켜주고 공생의 삶을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농사를 유기농이라 하고 소규모 다품종을 원칙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농사가 대규모 단일품종 재배 방식인데 많은 화학약품과 기계들이 투입되는 이른바 화학영농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한 가지만 재배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꼭 심각한 병이 생기게 됩니다. 여러 종류가 한 공간에서 자라면 서로서로 도와주어서 식물이 더 건강하기도 하고 병충해도 작지만 한 가지만 심게 되면 도와주는 것이 없어서 각종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많은 화학약품들은 식물세계를 도와주는 땅속의 미생물도 죽여 버려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부분 화학농법을 가지고 하는 것은 그것이 쉽고 때에 따라서는 돈도 한꺼번에 많이 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굳이 유기농을 두레마을에서 고수하는 것은 일도 더 많고 힘들기도 하고, 돈은 되지 않지만 하나님의 섭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세계, 다양한 피조물들이 공생하고 서로 도와주는 아름다운 자연의 삶 속에 참여하고 싶기 때문이고 또한 그 방식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방식이고 그것이 두레마을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두레마을엔 생긴 모습부터가 서로 다르고 생각도 다른 작은 무리가 함께 모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살아온 과정이 생긴 모습 이상으로 다르고 삶의 스타일 역시 그렇게 다를 수가 없는 사람들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기도하며 체조하고 같이 밥 먹고 일하고 한께 걷고 공동체 시간을 통해 다양한 모습들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자 노력하며 살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아름다움은 노력 없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공동체의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때로는 자기의 마음을 바꿔야 하고 살아온 만큼 굳어져 있는 각종 습관을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공동체를 아름답고 조화롭게 합니다.

다양한 모습과 삶이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그 길을 가는 이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것이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경계하고 긴장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본성 가운데 아름다운 것이 있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드러날 그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와 그 믿음이 부정적인 생각과 염려를 넘어서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때가 되면 맺히게 되는 맛있는 과일들에 대한 기대처럼.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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