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랜드 캐년 종주기 (2)

2008-09-1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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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8월 23일 새벽 2시경! 2진 일행 12명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하나 둘씩 잠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텐트를 걷고 출발준비를하였다.

불편하고 낯선 잠자리와 지난밤 늦게 캠핑장에 도착하여 밤 늦게까지 시끄러웠던 이웃 캠핑객들 때문에 불과 서너시간의 잠을 잔 우리는, 그래도 대장정의 긴장과 흥분에 피곤한줄 모르고 모두가 일어났다. 우유와 빵과 바나나 등, 과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물과 간식이 들어있는 배낭을 챙겨 밴에 오르니 시간은 어느덧 3시반이 다 되었다.

하늘에는 크고 작은 온갖 별들이 마치 은가루를 뿌려 놓은것 처럼 반짝이고 있으며, 반쯤 기울은 새벽달이 서쪽 하늘에 걸려 울창한 나무숲사이로 우리의 갈길을 비추어주고 있었다. 출발지인 카이밥 계곡 입구에 밴이 도착하여 우리 일행을 내려놓고 즐거운 여행이 되라는 격려를 남긴 후 떠났다.


이제부터 12명의 그랜드 캐년 종주팀은 26마일에 걸쳐 펼쳐지는 그랜드 캐년의 대계곡을 걸어서 건너기 시작하는 것이다. 선두에 이 계곡에 경험이 있는 리더가 앞장서서 길을 인도해 나아가고, 중간에 나이든 사람들과 여자대원들이 걸었으며, 나는 뒤에서 두번째로 후미를 챙기며 계곡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등산은 처음에 산길을 걸어 올라 갔다 나중에 그길을 다시 되돌아 걸어서 내려오는 것이 통례인데, 그랜드 캐년 계곡의 종주는 계곡을 계속 걸어내려 가서 콜로라도 강을 건넌 후, 전혀 다른 계곡으로 다시 올라가는 그런 코-스이다.

우리가 택한 그랜드 캐년의 북쪽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코-스는, 내려가는 거리가 약 12 마일 이며 약 4마일 정도 계곡 밑 평지를 걸어 콜로라도 강을 건넌 후, 다시 걸어 올라와야 하는 남쪽계곡의 거리는 약 10마일 정도로 총 도보거리는 26마일 정도가 되며, 한국의 리수로 약 백리가량 된다.

내 앞에는 김 사장 내외가 함께 걷고 있었는데, 이분들은 원래 마라톤의 대가로 L.A마라톤에도 10여 차례 출전하였으며, 보스톤 마라톤과 베를린 마라톤에도 출전하여 완주한 경험이 있는, 도보와 경주의 베테랑 등산인 부부였다. 계곡을 한참 동안 걸어 내려 오면서 이윽고 어둠이 걷히고 동녁이 밝아오며 그랜드 캐년의 커다란 바위들의 웅장하고 장엄한 모습들이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랜드 캐년을 이제까지 위에서 밑으로 멀리 내려다만 보며 느꼈던 밋밋하고 단조로웠던 바위의 모습과는 달리, 바로 눈앞에 거대하게 솟아있는 각종 바위들은 깊은 계곡과 함께 깎아 지른듯이 하늘 높이 솟아 올라 절벽과 함께 절경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돌아가는 절벽의 구비구비마다 그리고 건너가는 계곡마다 그 모습과 색갈을 바꾸며 웅장하고 장엄한 그랜드 캐년의 계곡이 무엇인지 이제까지 드러나지 않게 숨겨져 있던 아름다운 모습들을 실감나게 보여주며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푸른 새벽의 여명에 어슴프레하게 비추어지던 계곡은, 차츰차츰 밝아오는 아침 햇살과 함께 점점 더 그 빛갈과 모양을 장식해 나아가더니, 마침내 환한 해가 동녁에서 불끈 솟아오르자 계곡은 형형색색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순간적으로 좌-악 펼쳐 드러내면서, 계곡 밑으로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 그리고 아침 일찍 먹이를 찾아 나선 각종 새들의 노래소리와 함께 한데 어울려 장엄하고 웅장한 교향악을 연주하는 거대한 자연 무대처럼 힘차고 광활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이렇게 끝없이 펼쳐지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모습과 웅장하고 아름다운 계곡의 모습에 취하여 우리 일행은 전날 밤에 제대로 잠을 못잔 피곤도 잊은 채 그랜드 캐년 계곡의 밑에 있는 팬텀 랜치에 도착하였다.

팬텀 랜치에 도착하여 보니 시간은 12시가 넘어 전날에 출발하였던 일진 20명은 이미 남쪽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한 뒤였고, 우리는 그곳에서 각자 가져온 점심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계곡의 물에 부르튼 발을 식히고 한동안 휴식을 취하였다.

계곡의 온도는 화씨115도를 가리키는 높은 온도였지만, 우리들의 사기는 충천하여 그리 더운줄도 그리고 피곤한 줄도 모른채, 그저 마냥 즐겁기만 하였다. 그러나 건너편 계곡에서는 성난 파도처럼 거침없이 흘러가는 희뿌연한 콜로라도 강이 우리의 험난한 앞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310)968-8945.
www.kihan.newstarrealty.com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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