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렿게 하라-매상은 단지 숫자일 뿐이다

2008-09-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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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가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때 백화점에 두 번째 가게를 개업했다. 주위 사람들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자신만만했던 나는 큰 성공을 장담했다. 하지만 일년 중 가장 바쁜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새로 시작한 식당은 예상했던 것보다 매상이 오르지 않았다. 나는 저녁마다 마감할 때 저조한 매상을 보고 낙담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장사가 잘 되는 날에는 필요 이상으로 들뜨고 기분 좋아했다. 그래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내 모습만 보아도 가족들은 오늘 장사가 잘 되었는지 안 되었는지를 알아채곤 했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지나다 보니 매상이라는 숫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이 참으로 한심해 보였다. 매상은 단지 숫자일 뿐인데 그 숫자의 높고 낮음에 따라 내 기분 그리고 삶이 좌지우지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조급해 하고 안달복달하는 나를 보고 가족들은 조금 기다리면 잘 될 것이라고 위로를 했지만 빨리 돈을 벌고 크게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나에게 그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후 나는 매상이라는 숫자의 굴레를 벗어나, 일 그 자체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장사를 포기하고 소홀히 한다는 것이 아니라 매상의 오르내림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는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식당일 그 기본에만 집중하자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두 번째 가게가 자리를 잡는 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처음 가게를 개업했을 때와는 달리 내 마음은 담대했고 매상의 오르내림과는 상관없이 일관되게 열심히 일을 했기 때문에 그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올 수 있었다.
한국일보에 칼럼을 쓰고 난 후 식당을 경영하시는 사장님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불경기와 비싼 물가 때문에 식당 경영이 힘들고 고달프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른 것보다 그 사장님의 마음의 상태를 보려고 노력한다. 그 마음속에 낙담과 원망이 있느냐, 아니면 긍정과 확신이 있느냐에 따라 그 식당의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도 떨어진 매상만 생각하다가 마음속에 낙담과 원망이 가득하면 우선 활력과 의욕이 떨어진다. 그리고 모든 일에 짜증과 신경질만 나게 된다. 식당 일은 계속 손님과 접해야 하고 종업원들과의 관계도 중요한데 인상만 쓰는 주인을 손님 그리고 종업원 그 누구도 반가워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면 손님은 더 떨어지고 좋은 종업원은 가게를 떠나게 되면서 사업은 더욱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물론 장사를 하는 사람이 숫자를 등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노력하고 일하는 것이 매상이라는 숫자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신의 마음, 감정, 그리고 삶이 매상에 따라 변한다면 식당일 그 본연의 일을 잘 하기 힘들 것이고 사업은 갈수록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참으로 하루하루 매상에 힘들어하기보다는 기본이 되는 것에 충실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을 할 때 주위상황은 아무리 힘들어도 손님으로 가득한 성공적인 식당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핵심
1. 최대한 매상의 오르내림과 내 감정을 분리시켜라.
2. 원망, 후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3. 매상과 상관없이 기본이 되는 일을 꾸준히 해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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