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정서적 학대에 대한 자각

2008-09-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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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행위가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사람은 학대를 받으면 상처를 입고, 상처를 받으면 분노한다. 그리고 분노하면 보복심이 생겨 다른 사람에게 학대행위를 되돌린다. 여러 가지 학대 중에서 정서적 학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저 지나치기 쉽다. 골절상이나 타박상도 없고 증명하거나 폭로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처와 피해는 깊고 오래간다. 정서적 학대는 심리적 성장과 발달에 손상을 입히면서 영혼을 망가뜨리는 학대이기 때문이다.


볼품없는 아이에게 “너는 정말 못 생겼다”라는 말은 아이의 마음 깊이 박히며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장난감을 치우지 않았다고, 누구보고 와서 잡아가라고 위협하며 아이의 두려운 눈빛을 음미할 정도로 ‘함부로 대해도 되는 아이’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 “부러진 뼈는 엑스레이에 나타나지만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기에 열심인 부모들은 스스로 반문할 것이다.

우리가 언제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나? 정서적 학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것에 대한 자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표현해서,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자녀의 외모, 능력 그리고 성취도에 대해 조소하고 조롱하라. 잘못을 뒤집어씌우거나 칭찬은 없이 늘 부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어 비판하라. 때리거나 버리는 시늉을 해서 공포로 몰아넣고 위협하며 소리를 지르라.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부가 소리 지르며 싸우고 힘이 센 사람은 폭력을 사용하라.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행동, 즉, 뛰어다녔거나, 웃었다는 이유로 벌을 주라. 잔인하게 비판하라.

예로 “너는 어쩜 먹는 것도 그렇게 못 났냐, 그래 가지고 나중에 거지노릇이나 제대로 하겠니?” 등. 무시하고 소외시키는 말(“너 갔다 버린다” “어디로 보내버린다”)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특별히 친구들 보는데서 야단치고 창피를 주라. 형제들과 비교하라.

정서적으로 학대를 받은 아이는 공격적이고 적대감이 가득 찬 행동을 보이거나, 기질에 따라 뒤로 빼거나 지나치게 수줍음이 많고 우울해 보이는 아이도 있다. 학교가 재미없고 집중을 잘 못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을 속박하고 통제해도 그저 참기만 한다.


학대받은 한 아이는 장래에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그 이유는 학생들을 밤새도록 공부시키거나 말 안 듣는 아이에게 무섭게 벌주고 싶어서이다. 학대받은 분노가 잠재의식 속에 있다가 막연한 희망사항 속에 표출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은 정서적 학대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각을 날카롭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이는 자신이 학대받고 있는지, 학대라는 말조차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의 처한 상황보다 더 좋은 환경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가정도 다 자기의 집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유일한 기준은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의 모든 행동은 아이의 생각과 품성에 각인되며 부모의 학대적인 행동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대받는 아이가 학대하는 어른으로 자라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서적 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다.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는 윤리 속에는 자녀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법이 먼저 들어 있다.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213)500-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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