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미국 대통령 선거

2008-09-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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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처음부터 예비 선거를 지나 전당대회를 거치면서까지도 사람들의 흥미를 지속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2년 정도에 달하는 긴 과정을 통하여 대통령을 뽑는 미국의 선거제도와 그 제도를 둘러싸고 있는 묵시적 관습과 문화는 현 세계정치에 존재하는 선거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하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 진영의 여성 부통령 후보 페일린 지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선거를 관망하는 구경꾼이자 유권자인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한 마디로 이 선거는 ‘무척 재미있는’ 것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아찔하며,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지 않겠는가? 예전 같으면 여론 조사에서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후보 간의 격차가 전당대회를 지나면서는 더욱 뚜렷이 지속적으로 나타났었고, 5% 정도의 차이라도 결국 11월 선거에 현실로 나타났었다.

그런데 박빙의 격차와 지속되는 역전은 누구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백악관 입성을 당연지사로 여겼던 이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이끄는 마력의 선거이므로, 과연 보통사람들은 어떻게 후보를 선택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과학적 분석으로 이슈나 정책을 비교해서 결정할까? 도덕적으로 완벽하고 정치적 과오가 없는 이를 선택할까? 아니면, 사람을 사귈 때와 같이 그냥 마음에 가는 사람을 선택할까? 아마도 위에 열거한 한 가지로만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음에도 들어야 하고, 정책도 수긍이 가야 하고, 도덕적 결함도 적어야 하고. 대중은 우상의 대상을 찾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우상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일 경우에, 타이밍이 맞는 때라면(?) 더욱 열광한다.

이번 선거인 경우, 민주당 유권자들은 힐러리 대신 오바마를 선택했고 그를 위해 열광했다. 힐러리 대신 오바마를 선택했듯이, 유권자들이 또 다른 히로인을 선택하여 바이든 대신 페일린의 손을 든다면, 대중은 매케인의 경험에 힐러리와는 다른 평범한 아내와 엄마의 고충을 아는 페일린을 우상화했다는 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인종과 성별, 그리고 자격의 요건이 경제, 전쟁, 에너지, 환경이슈를 풀어나가는 열쇠를 결정하는 것 같다. 결국 개인의 생각과 경륜, 판단을 해나가는 과정이 누구를 새 지도자로 정하는 가장 근간이 될 것이다.

정치철학과 비전, 50년, 100년 후의 세계 속의 미국을 보는 눈을 가진 자를 선택하고자 하는데, 누가 적임자인지는 앞으로 한 달 반 동안 더 숙고해 보아야 할 과제인 것 같다.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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