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벅스킨 걸치 트레킹<6>

2008-09-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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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킨 걸치 트레킹<6>

화이트하우스 캠프장으로 가는 마지막 트레일은 정말 힘든 하이킹이었다.

벅스킨 걸치 트레킹<6>

벅스킨 걸치의 파리아 리버 트레일.

데이지 리

“고지가 바로 저기… 해냈다” 뭉클

목적지 ‘화이트하우스’ 도착하니
내 스스로 대견해 성취감 물밀듯


앞으로 몇 마일을 남기고 있다. 나는 계속 작열하는 태양아래서 뜨거운 사막과 같은 메마른 파리아 리버(Paria river) 위를 밟으면서 조금씩 지쳐 오는 것 같아 발걸음을 빨리 했다.
이렇게 계속 쉬엄쉬엄 가다가는 더 힘들 것 같아서 계속 발을 움직인다. 한걸음 한걸음 계속 내딛다 보니 드디어 그리도 기다리던 송전선이 보였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난 뛸 듯이 기뻤다. 존 리님의 말씀대로라면 이제 약 2마일만 가면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몸은 약간 지쳐가고 있고 뜨겁게 내리 쬐이는 온도를 잘 버티고는 있지만 사막의 기후를 이제는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얼마를 걸었을까? 몇시간 전 빠른 걸음으로 내 앞을 지나쳐 갔던 남편이 손에 무슨 봉지를 들고서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우리 쪽으로 신기루 같이 걸어온다. 아! 그는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가 시원한 물을 앞으로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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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하이킹을 성공적으로 마친 클럽 회원들.

나는 물병을 받아 들자마자 캡을 재빨리 열고 그 시원한 물을 거의 단숨에 다 들이켰다. 너무도 시원한 생명수였다. 그 지긋 지긋한 뜨거운 길을 그는 우리들을 위해서 시원한 물을 챙긴 후 다시 걸어서 왔다. 그리고 막내에게 다가가 그의 짐을 거의 뺏다시피 짊어진다. 갑자기 남편의 그런 행동이 너무도 멋져 보인다.
화기애애하게 담소하며 걷는 동안 우리는 드디어 목적지인 화이트하우스 캠프장(White House camp site)에 도착했다.
갑자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뭉클하고 무언가 뜨거운 감동이 올라왔다. 드디어 아무 무리 없이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또 찐한 성취감이 마음 깊숙한 곳으로 밀려들어 온다.
한국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밟는 결코 쉽지 않은 이 길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내었다.
도착해 보니 너무도 시원하고 꿀맛 같은 수박과 찬 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하 선배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차디찬 꿀맛의 수박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산행지 입구 코요테 뷰츠(Coyote Butts)에 이틀 전 새워놓았던 차를 남편과 하 선생님께서 차를 타고 픽업(pick up) 가신 동안 몇몇 분들이 나무 밑에서 잠시 눈을 붙이신다.
그동안 나는 앉아서 휴식하면서 꿈만 같던 2박3일의 멋진 미지로의 여행을 다시 더듬었다. <끝>

▲글을 마치며
우리의 벅스킨 걸치(Buckskin Gulch)로의 2박3일 여행을 위해 일정을 꼼꼼히 준비하시고 조언하셔서 무사히, 쾌적한 여행을 할수 있도록 하여주신 존 리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차를 제공해 주셔서 편안하게 오고 갈 수 있게 하여주신 레리 김님, 여러모로 조언과 가르침을 아끼지 않으시고 즐거운 이야기로 또 귀한 경험담으로 우리를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신 샘 리 선배님과 스티브 김 선배님, 그리고 이제는 다시는 이곳을 밟지 않을 것 같다며 그간의 고생을 대신 표현해 준 막내 준 김님, 그리고 자신도 같이 하시고 싶으셨을 여행을 우리를 위해 자진하고 나선 하 선생님의 배려, 그리고 이 길을 같이 하며 조금이라도 나의 짐을 덜어주며 나와 동행한 남편에게 거듭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이 여행이 내게는 평생 동안 가슴에 담겨질 아주 멋진 미지로의 여행이며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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