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MS 윈도XP 정품인증에 ‘억지상술’ 논란

2008-08-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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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윈도XP 정품 여부를 온라인으로 확인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나서면서 업계와 이용자로부터 ‘억지상술’이라는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29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에 따르면 내달 23일부터 윈도XP 프로페셔널 버전의 불법 복제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윈도 정품 혜택 알림(Windows Genuine Advantage Notifications.이하 WGA알림)’ 업데이트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용자가 이 업데이트를 실시하면 불법 복제 윈도XP의 경우 알림 메시지가 뜨고, 30일 이내에 정품 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PC 바탕화면이 검게 변하게 된다. 이는 알림 메시지만 띄우던 기존의 업데이트 정책에 비해 경고 메시지가 더욱 강해진 것이다.


한국MS는 이번 조치가 이용자의 안정적인 PC환경 구현, 소프트웨어 정품 확산과 건전한 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과 이용자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격 정책이다.

한국MS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불법 제품을 정품으로 전환하는 비용을 10만원대 초반으로 잠정 책정했다고 설명했으나 이는 정품 이용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반 이용자가 정품 풀패키지로 윈도XP 프로페셔널 버전을 사는 가격은 일반적으로 20만원이 넘지만 같은 버전을 불법으로 이용하던 이용자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절반 수준의 가격으로 똑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 PC 구입에 따른 윈도XP의 재설치 가능 여부에서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이용자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2005년부터 온라인으로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업데이트를 시행하던 MS가 굳이 이용자 PC 바탕화면을 변경시키는 조치까지 취하는 것은 MS의 시장 지배적 지위와 PC 운영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오히려 감정적 반발만 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MS가 이용자 선택권을 무시한다는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윈도XP를 단종시킨 와중에 윈도XP의 정품 전환을 추진하는 것 역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MS가 이 같은 논란이 예상되는데도 굳이 강화된 업데이트 정책을 취한 것에 대해 윈도XP 단종에 대한 MS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풀이다.

불법 복제 여부를 확인하고 경고를 한다 해도 당장 계속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정품으로 전환할 이용자는 거의 없어 매출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윈도XP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 비스타 부진의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 또한 이 같은 결정에 중요한 배경이 됐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해석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결국 MS가 무리하게 윈도 비스타로의 전환을 추진한 것이 이 같은 무리수를 부른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시장과 이용자의 목소리를 겸허하게 들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국 MS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정품 사용 확산과 산업 육성을 위한 조치로 이해해달라며 윈도XP가 단종되는 상황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윈도XP를 계속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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