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의 금메달

2008-08-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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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막이 올랐다. 유도60kg급 최민호 선수가 ‘첫 금’의 쾌거를 올리고 이어 유망주 박태환 선수가 400m 자유형에서 수영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대망의 금메달을 따면서 온 국민과 해외 동포들의 마음과 눈을 온통 경기장에 붙들어 매었다. 몇 번을 재생한 화면을 보고 또 봐도 감동은 계속된다.
오랜동안 갈고 닦은 자신과의 힘들었던 인내의 시간들이 이제 올림픽을 치루면서 희비가 엇갈린다.
또한 양궁에서도 금메달이 이어지 면서 우뚝 올라가는 태극기와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들으며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듣게 되는 애국가는 언제나 살면서 문득 잊어버리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종종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엉뚱한 새벽시간에 맞춘 시합 덕분에 충분한 수면이 아쉬워도 시원한 골대를 흔드는 핸드볼 경기에 매번 탄성이 흐르며 그간 쌓인 스트레스까지 순간 날라가 버린다.
불경기로 막힌 듯 답답했던 심기가 모처럼 뚫린 듯 시원해진 기분이다. 부단히 노력했어도 메달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다음 경기를 위해 몇 년을 기다리면서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해야 한다.
며칠간 올림픽 중계를 보며 그 안에서 우리의 인생과 비슷함이 느껴졌다. 노력했어도, 최선을 다했어도 보장이 되지 않는 메달따기 처럼 우리의 삶도 끝없는 도전을 묵묵히 치루며 다만 열심히 살아가는 것은 그 과정이 보람있기 때문이다.
열심히만 살면 성공하리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때 흔들리지 않도록 우리를 붙들어 매는 것은 무엇일까?
가족이란 울타리가 가장 큰 버팀목임엔 틀림없고 종교, 친구등 살면서 주변에 이어진 소중한 인연들이 그래도 가장 큰 힘과 위안이 될 것이다. 내일을 알지 못하기에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 보험들듯 늘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모른다.
나이 들수록 삶이 어렵다는 건 내일에 대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이삼십대의 패기가 지금 어려운 것은 그만큼 살아봤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대로 무조건 삶이 다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겸손을 배운 까닭이리라.
인생이란 긴 마라톤 처럼 완주하기전에는, 골인이란 테입을 끊을 때까지는 멈출 수도 없고 멈추지도 말아야 할 우리 각자의 소명이다.
잠시 쉬어가지 못하고 끝없는 질주를 계속해야 하는 것은 매일 매일 주어진 삶에 대한 최상의 약속 때문이다.
긴 밤 설치게 하는 올림픽 낭보에 신명과 함께 한 여름의 더위를 식히며 또 다시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픈 의욕이 우리에겐 삶의 금메달이 아닐까?
올림픽 엔돌핀 여운이 오래갈 수 있다면 거듭되는 불경기도 잘 이겨낼 수 있으련만.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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