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시장 ‘반등 신호’ 놓치지 마라

2008-07-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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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변화요인 다양… 전체 흐름과 역행하는 지역도 많아
재고·차압률·가격하락 속도·구입능력 개선 여부 등
주의깊게 살펴보면 거주지역 변화 한 발 먼저 알아낼 수도

우리 동네 집값은 언제 바닥을 딛고 일어설까. 주택시장의 오랜 침체에 집 가진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LA를 비롯 캘리포니아 대부분 지역은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재고는 엄청 쏟아지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엄동설한이다. 그러나 주택시장은 본질적으로 로컬 게임. 지역과 동네에 따라 전체적인 추세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전국에 한파가 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온기가 흐를 수 있는 것이 주택시장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폭락시장인 샌버나디노와 리버사이드 일부 지역에서는 최근 판매가 살아나고 있고 남가주 일부 지역은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3분기 중 전국 메트로 지역의 3분의1은 집값이 올랐다. 언뜻 보면 꽁꽁 얼었지만 수면 아래로 강물은 이미 흐르고 있을지 모른다. 주택 붐 시절 가격이 급등할 때도 지역마다 상승 속도가 달랐다. 라스베가스와 샌디에고가 가장 먼저 뛰었고 보스턴도 초기부터 올랐지만 상승세가 미약했다. 알버커키와 포틀랜드는 발동은 늦었지만 급등했다. 하락할 때도 지역 차가 컸다. 주택시장의 변화를 알아채려면 주택시장 부침의 요인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지역 고용시장은 중요한 변수다. 신규 고용이 창출되면 주택 수요가 늘고 실업이 증가하는 곳에서는 주택 수요가 떨어져 시장 회복은 요원해진다. 다음 요인들을 잘 살펴보면 거주 지역의 시장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고용시장 변화따라 집값 변동도


▶주택 재고가 줄고 있는가
현 주택시장의 문제점은 간단하다. 매물로 나온 주택은 너무 많고 매입하려는 바이어는 너무 적기 때문이다. 만약 주택 공급이 크게 감소하고 판매가 점프한다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주택 재고를 지역별로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통계 기준이나 조사방법이 상이해 정확한 지역별 통계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지역의 월별 주택 재고, 매물로 나온 기간, 총 매물 주택 수 등 연관 자료를 잘 챙겨보도록 한다.
재고는 안정적인 시장이라면 6개월분, 시장에 나와 있는 기간은 약 90일 정도가 정상적이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는 6.3개월분으로 이보다 약간 높은데 지역적으로 평균 재고 기간이 상이하므로 버블 전의 평균 재고 기간과 최근의 재고 기간을 비교해봄으로써 변화를 알아채는 방법이 낫다. 또 판매는 계절적 요인이 강하므로 전월 비교보다는 전년 동기 비교가 타당하다.

▶주택가격 하락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가
가격 하락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은 주택시장이 치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기별 가격 자료는 전국부동산협회 웹사이트에 150개 주요 메트로 지역별로 공개된다. 지역별 월별 자료는 에이전트나 지역 부동산협회에서 구할 수 있다. 가격대별 또는 zip 코드별 가격 변화를 제공하는 유능한 에이전트도 있다.
주택 가격은 변동성이 크므로 가격 하락 속도가 최소한 3개월 이상 둔화될 때 가격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어라면 가격 하락이 둔화되는 추세가 보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입해야 가장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다. 셀러라면 이런 추세가 나타난 뒤에도 좀 더 기다린 뒤에 팔아야 한다. 시일이 좀 더 경과해야 바닥을 벗어나고 여기서 또 몇 개월은 더 지나야 상승세로 돌아선다.

▶주택 소유 비용보다 렌트가 더 저렴한가
주택 매입 여부는 주택 가격과 렌트를 알아본 뒤에 결정한다. 예를 들어 사고자 하는 주택 가격이 54만달러이고 비슷한 주택을 렌트할 경우 연간 렌트가 3만6,000달러라면 렌트 대비 주택 가격 비율(price to rent ratio)은 15.
일반적으로 p/r 비율이 15 또는 그 아래면 주택 매입이 렌트보다 유리하다. 거주 지역의 p/r이 하락한다면 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가격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물론 15란 숫자는 피상적인 기준일 뿐이다.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분석을 하려면 거주 지역의 현재 p/r을 거품 파열 이전의 p/r과 비교해 본다. 지역 부동산 에이전트나 렌탈 에이전트에게 10년 전 p/r과 최근의 p/r을 물어보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이애미의 경우 p/r 비율이 2000년 12에서 6년 동안 30으로 껑충 뛰었다. 그 이후 하락해 22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2000년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아직도 주택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 마련 능력이 더 개선되고 있는가
집값이 살 수 있을 형편보다 지나치게 비싸다면 집은 팔릴 수가 없다. 해당 지역의 주택 매입 능력을 체크해 봐야 한다.
전국 주택건설업협회는 전국 220개 메트로 지역별로 주거 기회 지수를 집계하고 있는데 지역 중간 소득의 28% 아래로 주택 소유가 가능할 때 주택이 매입 가능하다고 본다. 주거 기회 지수 전국 평균은 53.8인데 최근 매입한 주택의 약 절반이 매입 가능한 범위에 속하고 나머지는 아직도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국 평균치를 무조건 적용할 수는 없다. 거주 지역의 어포더빌러티 지수 변화를 체크한다. 예를 들어 세인트루이스는 이 지수가 지난해 77%에서 지금은 80%로 올랐다.

▶차압률
차압률도 시장 변화를 보여준다. 지역 차압률 감소는 시장 회복의 한 징표다. 그러나 차압률은 첫 상환 불능 이후 6개월 이상 지나야 차압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너무 둔한 잣대다. 차압이 피크를 이룬 뒤 감소하기 시작할 때는 시장은 이미 바닥을 지나 상승세로 돌아선 뒤다. 때를 놓치게 된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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