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터닝 포인트

2008-07-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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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한인타운 일식당에 들렀다. 한참 바쁠 저녁 7시인데 우리 일행 뿐이라 썰렁한 분위기였다.
늘 북적거려 느긋하게 저녁식사를 음미하며 즐기지 못한 곳이라 더 생소하게 여겨졌다. 스시맨의 한가한 손길과 텅 빈 공간을 보며 주인처럼 덜컥 걱정이 들었다.
말로만 듣다가 가는 곳마다 한적한 발길을 보며 침체된 경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화기애애하며 웃는 모습으로 가득하던 커피샵에도 단지 한 테이블만 손님이 들어섰다.
서민경제에 가장 민감한 개스 가격과 불황으로 인한 심리적인 부담으로 좀처럼 동결된 소비문화가 풀리지 않는다. 수입에 맞춰 지출도 최소한으로 줄이는 근검한 생활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
잠시 호황을 누렸던 몇 년 동안 바쁘게 사느라 돋 쓸 시간이 없었다던 기억들이 지금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워낙 절약이 베어버린 미국 생활이라 여기저기 과했던 지출만 줄이면 되리라고 여겼는데 이미 씀씀이가 커진 소비 생활을 바꾸기는 그리 쉽지 않다.
비지니스가 잘 돼 호황일 때는 10개까지 체인점처럼 운영하다 벅찬 임대료를 감당 못 하겠다며 거의 문을 닫고 외곽지역에서 하나만 오픈해 마음 고생 심했던 고객을 우연히 만났다.
활기찬 모습은 아니어도 의기소침하리라 여겼지만 오히려 차분한 여유가 느껴져 의아한 필자에게 그는 수입은 대폭 줄었지만 단순해진 업무로 오히려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신을 돌 볼 시간을 갖게 돼 참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좋은 기회로 생각한 터닝 포인트가 그를 평화롭게 보이게 한다.
두 손에 들어왔다가 빠져 나간 놓친 것에만 안타까워 하고 집착해서 더 큰 것을 잃어버리는 우매함을 종종 갖는 습관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비지니스 전성기 때 목돈을 쥐어 봤던 선배 중에 아직도 내리막길에 들어서는 현실을 인정않고 예전의 그 호황을 기대하며 무리하게 지키다 파산을 맞은 경우를 보았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계속 무리수를 두며 친지와 선후배 가리지 않고 금전을 빌리다 갚지 못해 신용마저 잃었다. 주변에 누구 하나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인심도 잃어 하루하루 수심에 찬 모습을 보며 욕심을 절제할 수 있는 빠른 용단이 아쉬웠다.
쉽지 않은 이민생활,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을 때 좌절이 오지만 가던 길 멈추고 다른 길로 우회하는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요즘 편안한 마음을 주는 글귀를 함께 나누면서 서로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올곱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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