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식 이야기

2008-07-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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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6일부터 7월 1일까지 필자는 처와 그리고 딸과 함께 버지니아주와 워싱턴 D.C를 방문하였다. 처음 버지니아주에 2박3일을 머물면서, 이틀째 되던 날 우리는 이 지역의 유명식당을 찾아 나섰다.
우리는 버지니아 비치에서 과히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정하고 있었는데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이곳에서 약 한시간 정도 북쪽에 위치한 리치몬드에 croaker’s spot라고 불리우는 Soul Food(흑인 전통 요리) 음식점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 식당에 전화를 하여 우리가 예약을 하고자 하였으나 식당에서는 예약을 받지 않고 누구든지 오는대로 써비스를 받게 된다고 하였다. 오후 네시 반경에 숙소를 출발한 우리는 퇴근시간의 복잡한 프리웨이를 꾸준하게 운전하여 저녁 여섯시가 좀 넘어 마침내 그 식당근처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식당주변은 동네가 허술하고 어수선하며 스산한 것이 분위기가 그리 썩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좀 이상하다 싶어 지도를 펴놓고 다시 한번 더 확인해보니 119 E. Leigh St Richmond, VA라고 되어있는 주소도 맞고 위치도 제대로 찾아온 것이 확실하였다. 2가와 Leigh가의 코너에 위치한 이 식당은 밖에서 보기에도 주변의 허름한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오래 된 건물이었으며 좁은 길에 자체 파킹장도 없었다. 이곳 저곳 파-킹장을 찾아 한블럭 정도를 더 운전하여 겨우 길가에 차를 파-킹하고, 걸어서 그 식당에 도착하였는데 그 식당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 흑인들이었지만 몇몇 백인들도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나의 딸과 함께 식당안으로 들어가 이름을 등록하고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되겠느냐”라고 물으니, 젊은 흑인 종업원은 바쁘고 즐거운 얼굴로 웃으면서 “한 30분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얼른 식당 내부를 돌아보니 식당은 그저 한 800스퀘어 정도나 될까 아주 좁은 느낌이 들었으며 테이블도 대여섯개 정도 밖에 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식당 내부가 아주 오래되고 벽의 일부는 헐어서 갈라져 떨어져 내려가고 있었으며, 바닥이나 테이블은 물론 주방기구도 매우 지저분하고 매우 낡아있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기다리는 동안 손을 씻으려 화장실을 잠간 들어가 보았는데, 화장실은 식당 뒤쪽의 좁은 계단을 올라가, 아주 작은 공간에 남녀 공용으로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정말로 어둡고 지저분하고 더러웠으며 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아 난감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밖에는 사람들이 저렇게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이니 도대체 이 식당의 무엇이 그도록 사람들의 입맛을 당기게 하는지 더욱 더 궁금하고 기대가 커지기만 하였다. 다시 식당안의 손님들이 기다리는 좁은 좌석에 나누어 앉아 우리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앞의 카페에 앉아 있는 흑인여자 세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식사를 하면서 어찌나 크게 떠들고 웃어대는지 식당의 재-즈 음악소리와 함께 그 좁은 식당이 온통 떠내려 갈 것 만큼 시끄럽고 북적거렸다.
이윽고 30분 이상의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고 우리의 차례가 되어 안내된 테이블에 앉아,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에 눈여겨 보아 두었던 음식들을 주문하였다. 우리는 삶은 감자와 생선튀김 그리고 옥수수 빵이 들어있는 요리와, 새우를 온갖 소-스에 볶아 낸 요리에 감자튀김과 옥수수빵을 야채와 곁들인 요리를 시키고 또 다른 한접시의 송어튀김 요리를 주문하였다. 한 30여분을 더 기다려 마침내 우리가 주문한 요리접시들이 테이블에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보아도 어찌나 푸짐하게 양도 많고 먹음직스러운지 저절로 군침이 돌지경이었다. 우리는 환성을 지르며 각자 주문한 요리들을 서로 나누어 이것저것 맛을 보았는데, 과연 한시간 이상을 운전해 오고 도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 온 보람이 있을만큼 생선튀김은 생선튀김대로 그리고 새우조림은 새우 조림대로 냄새와 맛도 특이하게 좋았고 양도 푸짐하였다.
옥수수빵도 과히 달지도 않으면서 흑인특유의 거칠고 투박하게 독특한 맛을 내어 먹기에 좋았다. 우리 셋은 아주 행복한 기분으로 마음껏 음식을 즐기고도 또 많은 양이 남아, 투고 박스에 담아 가지고 호텔로 돌아와 다음날에도 하루종일 운전하고 다니면서 간식으로 먹었다. 혹시 독자들중에 버지니아주에 여행을 가는 분들은 한번쯤 시간을 내어 꼭 들러 음식과 그 특이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즐거운 추억이 되리라 강력히 추천한다.
(310)968-8945
키 한
뉴스타 부동산 토랜스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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