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2008-07-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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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일 한국에서 140명의 신학자들이 모여서 ‘서울선언’을 채택하였습니다.

이 선언문을 보면 “오늘날 사회로부터 지탄받고 있는 교회의 사유화, 기복주의 신앙, 교회의 분열 등은 교회가 성경의 참뜻에서 멀어지면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세속주의와 무신론의 도전 앞에서 기독교가 살아나려면 성경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한국 사회 뿐 아니라 이민 사회에서도 언제부턴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권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일반화되면서 권위부재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성경의 권위 또한 상대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는 그 이유 중 하나를 권위주의와 권위의 혼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권위주의란 권위를 휘둘러 남을 억누르려고 하는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을 말합니다. 그러나 권위란 어떤 분야에서 능히 다른 사람이 신뢰할 만한 지식이나 실력에서 나오는 능력과 위엄을 말하며, 여기에는 자발적인 존경과 배우려는 움직임이 따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진리인 성경의 권위 위에 세워지기 때문에 그 진리를 전달하는 메신저로서 목회자와 교회의 권위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의 권위는 본질적으로 변하거나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의 권위는 그 누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것은 오늘날 교회나 목회자가 사회로부터 그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평가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의 권위가 상실되었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목회자의 권위 회복이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목회자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약 25년전 군목으로 임관하여서 함께 배속된 천주교 군종 신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신부는 개신교 목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것은 신부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혼자 살면서 사역에 전념하기로 한 ‘희생의 권위’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사제들의 독신주의가 성경적인가를 논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하나의 희생이 진리를 선포하는 자로서 얻을 수 있는 신뢰감과 위엄을 말하려는 것입니다.

오늘날 목회자 권위 부재현상의 원인을 선포된 진리를 지키기 위한 자기희생의 부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수많은 목회자들이 세상적으로 성공이 보장된 미래를 내려놓거나 가족들까지 희생시키면서 열악한 환경 가운데 성실하게 사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초심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안주하여 더 이상의 희생을 포기하고 세속화되어 교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모습들을 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성경이 가르치는 진리의 핵심은 사랑이며 이 사랑은 희생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꾸준한 자기 희생을 통한 거룩과 성결의 회복운동이 성경의 권위를 회복하고 주님의 몸 된 교회의 권위를 우뚝 세울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갈수록 거세게 밀려오는 물질만능주의와 인본주의의 도전 속에서 이민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고 회복될 수 있는 길을 우리 목회자들의 변하지 않는 희생 곧 자기 내려놓음에서 찾아보고 싶습니다.

박 혜 성
(아주사퍼시픽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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