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은주의 공간 연출-과감하게 공간을 정리해보자

2008-06-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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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의 공간 연출-과감하게 공간을 정리해보자

공간은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로만 꾸미는 것이 아름다운 실내를 가꿀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김은주의 공간 연출-과감하게 공간을 정리해보자

집안의 물건 중에는 동선을 가로 막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럴 때는 과감한 공간 정리가 필요하다.

사람의 행동은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그 습관이 불편하지 않을 때 우리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이미 습관적으로 길들여진 공간에서 자신의 생활패턴을 바꾼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바꾸는 과정이나 적응해 나가는 단계에서 다소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습관으로 인한 불편이 몸에 익어 있는 경우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해서 더 큰 안락을 누리게 된다면 그 정도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매일 매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적절한 휴식공간이 필요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편안히 몸을 눕히며 하루를 생각해 보고 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휴식공간, 그리고 아이들과 부모간의 친밀한 관계가 만들어지는 장소, 그것이 사회의 가장 기본인 가정이며 그 가정이 안주하고 휴식하며 생활하는 곳이 우리가 꿈꾸는 공간이다. 그런 아름답고 조화로운 공간에 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재의 공간이 그렇지 않다면 공간을 바꾸어야 한다. 사람이 아무리 생각의 지배를 받는다 해도 머리속에서만 내가 원하는 환경과 공간들을 영위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몸을 담고 있는 우리의 생활권을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한, 그러면서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보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공간을 채우는데 너무 익숙해 있어서 도대체 공간이 비어있는 모습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무언가를 자꾸 더해가는 것이다.
편안한 모습의 소파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그 옆에 자리하고 있는 육중하고 거대한 운동기구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오히려 운동효과 보다는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건강의 손실이 더 클 듯하다. 전기 없는 생활을 상상할 수도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많아서 생활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전자제품들이 각기 그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공간 구석구석에 방치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전혀 필요치 않은 것들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별 생각 없이 사들인 커다란 물건들이 적절치 않게, 보기에도 숨이 콱 막힐 정도로 자리를 차지하고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면 그것들은 생활의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현대병인 스트레스에서 더욱 헤어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이나 물건이나 모든 것이 그가 자리해야 할 장소가 있는 법인 것이다.
실제로 인테리어 디자인 의뢰를 받고 클라이언트의 공간을 방문해 보면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쓰임 받지 않는 거대한 물체들이 동선을 방해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곳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리기는 아까워서 치우지도 못한다며 하소연 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제 과감하게 공간을 정리해 보자.
공간은 무언가를 자꾸 더해가야 아름답다는 생각보다 꼭 필요한 물건과 꼭 필요한 가구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좋은 물건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꽉 차 있는 공간보다는 내가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최소한의 물건들, 가구들로 그리고 조화로운 그림으로 꾸며낸 공간이 훨씬 더 보기에도 아름답고 나에게도 좋은 생활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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