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늘어나는 숏 세일 “쉽지는 않다”

2008-06-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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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압 대안으로 나온 숏 세일 크게 증가했지만
실제 성사는 어려워… 은행 협조 등 가시밭 길
낮은 가격에 현혹돼 무작정 달려들면 시간낭비

요즘 숏 세일이 급증하고 있다. 모기지 빚도 완납하지 못하는 가격으로 집을 파는 소위 숏 세일(short sale)은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크게 늘어나고 있어 일반의 관심도 높다. 숏 세일은 겉으로 보기에 아주 매력적이다. 집주인이 은행의 모기지 빚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일단 집을 처분해 무거운 짐에서 해방될 수 있고, 은행은 그 차액을 탕감 해주고, 바이어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매입할 수 있다. 은행만 허용해 준다면 셀러나 바이어나 좋은 거래다. 그러나 언뜻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 숏 세일이 실제로는 성사되기가 아주 어렵다. 숏 세일에 한번 관계해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셀러, 바이어, 은행, 에이전트 관련자 모두에게 고문과도 같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것이 이들의 경험담이다.

숏 세일이 성사되려면 통상 60일 내지 90일이 걸린다지만 “다섯달이나 기다렸는데 은행에서 돌아온 답은 No였다”는 셀러가 적지 않다.
숏 세일이 성사되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많기 때문이다. 웬만한 인내와 정성이 없고서는 거래는 판판이 깨진다. 은행은 잔뜩 쌓인 숏 세일 신청 파일을 열어볼 여력도 없는 것이 현실이며, 1차 및 2차 모기지 렌더가 쉽게 동의해 주지 않고, 바이어는 기다리다 지쳐 딜 중간에 사라지기 일쑤다. 잘 돼 가는 줄 알았는데 에스크로 종결 직전에 은행이 딱지를 놓는 경우도 흔하다.
셀러뿐 아니라 바이어도 숏 세일 집을 살 경우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컷 공들였다가 헛물만 켜기 십상이다. 가격이 좋다고 무조건 달려들 일은 절대로 아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근 숏 세일은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4월중 60%나 급증했다. 샌타클라리타, 샌퍼난도 밸리의 경우 작년 5월에서 올해 5월까지 1,956건의 숏 세일이 이뤄졌다. 전년 동기 중 31건에 불과하던 것이 크게 늘었다.
숏 세일이 증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기 어렵게 된 주택 소유주들이 점점 늘고 있고, 주택 가치는 하락해 모기지 빚보다 적게 돼 버렸고, 어차피 차압당할 바엔 숏 세일에 한번 기대보는 것이다. 은행도 숏 세일이 전혀 달갑지 않지만(빚 탕감도 수용하기 어려운데 많은 서류 작업을 요하는 숏 세일이 반가울 수가 없다), 차압보다는 비용면에서 낫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숏세일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정도 있다. 은행으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차압은 페이먼트를 서너 차례 하지 못하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은행이 가져가 버리는 것이지만 숏 세일은 은행이 아니라 주택 소유주가 집을 매각한다. 판매로 인한 이익금은 전혀 가지지 못한다. 차압인 경우에는 은행이 판매한 뒤 남는 돈이 있으면 주택 소유주에게 돌려준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50만달러 모기지 빚이 있는데 은행에 45만달러만 갚고 나머지는 탕감해 줄 것을 제의하여 은행은 이를 받아들이면 숏 세일이 성립된다. 이 때 집주인이 반드시 연체 상태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빚을 탕감해 줘야 할 만큼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입증해 보여줘야 한다. 또 하나 부채 탕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소득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숏 세일의 길은 길고도 험하다. 곳곳에 복병이 숨어 있다.
셀러는 바이어로부터 오퍼를 갖게 되면 숏 세일에 필요한 서류 패키지를 만들어 은행에 숏 세일 승인을 요청한다. 왜 집을 모기지 부채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가피한 이유(실직이나 이혼, 배우자 사망, 사고로 인한 장애, 모기지 재조정으로 인한 페이먼트 납부 불가 등)를 적은 편지가 포함돼야 한다.
소득 증명도 들어가야 한다. 가장 최근 은행 명세서, 소득세 명세서, 그 집의 리스팅 히스토리, 기타 서류 등이 들어간다.
그 다음은 기다리는 것이다. 은행에 계속 전화를 걸어 그 파일이 서류 더미 밑에 파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은행은 처리해야 할 숏 세일 및 차압 파일들이 밀려 있기 때문에 개별적 대면은 하지 않는다. 운좋게 은행에서 승인이 나온다고 해도 에스크로가 끝나기 전에는 아직 낙관할 수 없다. 언제 거래가 무산될지 모른다.
바이어가 기다리다 지쳐 다른 물건으로 옮겨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바이어는 여러 군데 오퍼를 넣고 먼저 나오는 데를 선택하기 쉽고, 기다리는 동안 이자율이 올라가 바이어의 사전 융자 승인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일차적인 승인을 받아 기뻤는데 마지막 단계서 은행이 아무 설명 없이 딱지를 놓는 아주 황당한 경우도 흔히 일어난다.
2차, 3차 모기지, 심지어 에퀴티 론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숏 세일은 무산돼 결국 은행 차압으로 끝난다. 모든 관계자들은 낙담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에이전트들은 숏 세일을 피하며 바이어에게도 숏 세일은 피하라고 권한다. 아주 지긋지긋한 경험 탓이다.
그러나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밸리 거주 한 40대 부부는 지난 12월 포터랜치에서 드림하우스를 발견했다. 전에는 70만에서 75만달러까지 리스팅 됐던 집인데 65만달러에 오퍼를 넣고 은행의 숏 세일 카운터 오퍼를 기다렸다. 세컨드 모기지 은행에서 숏 세일에 이미 동의해 줬기 때문에 1차 모기지 은행도 곧 답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1차 은행에 매일 전화를 걸어 오퍼에 대한 답을 줄 것을 재촉했다. 그러나 세월만 가고 에스크로 기간도 연장했다. 드디어 5월2일에야 에스크로가 종결돼 이사갈 수 있게 됐다. 이 부부는 “백번도 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집이 아주 맘에 들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진작 때려치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숏 세일에도 적정가는 있다. 시장가격 한참 아래로는 오퍼를 내봐야 은행이 받아들이지 않으니 시간 낭비일 뿐이다. 시장가의 90%는 돼야 은행이 숏 세일을 수용한다. 대부분 현재 있는 상태 그대로(as is) 거래된다. 부엌 싱크나 배스룸 수도 꼭지를 떼 가버렸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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