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쇠고기 파동을 보면서

2008-06-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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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을 보면서 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은 그다지 마음이 편하지 않고 생각도 여러 갈래로 엇갈립니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이 첫 미국 나들이를 하면서 그동안 소원하였던 양국간의 관계를 다시 친밀한 관계로 개선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끌어 오던 쇠고기 수입 협상을 마치 미국에 선심 쓰듯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런 인상이 협상 과정을 지켜보던 한국민들의 정서에 거부감을 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는 그동안 미국이 한국으로의 쇠고기 수출에 대한 집요한 자세를 보인 것이 한국민들에게는 일종의 압력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래서 협상 타결이 한국민들에게 피해의식을 갖게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또 하나의 생각은 지난 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진보세력이 한국민들의 불만을 집권 보수세력에 일대 타격을 가하는 기회로 잘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김영삼 정권 말기까지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진보세력들의 극단적인 데모가 다시 부활했다고 보는 생각입니다.


어떤 연유에서든지 국민들의 불만을 발 빠르게 잠재우지 못하고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이명박 정부의 느슨한 대처가 부족한 지도력의 일면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제 막 새로 출발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의 능력이 그 정도라면 우려스럽습니다.

그렇게 이해하더라도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의 마음은 여전히 많이 불편합니다. 한국민들은 너무 여유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먼저는 쇠고기 수입에 그렇게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면 국가간의 장사를 어떻게 할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장사란 손해 볼 때도 있는 것입니다. 손해를 절대로 안 보려고 하는 게 장사이지만, 반면에 손해를 수용하지 못하는 업자는 장사를 계속할 수가 없게 됩니다. 이 문제를 뒤집어 놓고 생각한다면 내가 보는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를 바탕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익만 보려는 업자는 누군가에게 계속적인 손해를 요구하는 바와 다를 바 없습니다. 때로는 손해를 보는 것을 수용할 줄 아는 업자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고 성공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우리의 수출시장인 미국을 너무 섭섭하게 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불성실이 지나친 면이 많았습니다. 이제 북한의 핵무기 협상에서 보여주는 미국의 태도는 옛날과 많이 다릅니다. 더 이상 속지 않겠다는 태도가 역력합니다. 북한이 사소한 문제에서 성실했더라면 미국의 도움을 이끌어내는 데 요즘처럼 어려움을 겪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북한은 신뢰관계를 구축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한국민들이 보여주는 쇠고기 수입문제에 아직은 미국이 이해하는 편입니다. 쇠고기 수입에 따른 남한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관계는 정말 중요한 시기에 미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한국민들이 미국과의 신뢰관계, 호혜관계를 너무 여유없이 어그러뜨리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한국 국민들이 쇠고기 수입 문제를 매듭지었으면 좋겠습니다. 양보도 한계가 있고, 장사도 주고받는 것이 좀 부드러워야 합니다. 그래야 사는 일이 좀 수월해집니다. 한국의 쇠고기 수입 파동을 보면서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도 하고 글도 썼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은 마음이 불편합니다. 땅은 작아도 생각은 크게 하는 한국민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송 순 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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