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엎친 데 덮친’ 세컨홈 투자자 차압 당하고 세금 맞고

2008-06-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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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한 주택시장 최대의 패배자는 형편도 안 되면서 큰 저택을 산 바이어가 아니다. 부풀려진 에퀴티를 지렛대로 세컨드 홈을 사고, 투자용으로 세 번째 네 번째 집을 매입하면서 한몫 챙기려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과욕에 눈멀었던 대가를 지금 톡톡히 치르고 있다. 차압으로 집을 빼앗긴 데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무거운 세금마저 두들겨 맞고 있다. 차압에 이어 개인 파산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막장으로 떨어졌는데도 세금까지 내야 할 딱한 처지다. 지난해 말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모기지 부채 감면법(Mortgage Forgiveness Debt Relief Act)에 따라 소유주가 실제 거주하는 주된 제1 주택은 차압 때 은행의 융자 부채 탕감액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이 법은 2007년 1월1일 발효돼 2009년 12월31일 사이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부동산 붐을 이용한 투자로 돈을 불리기 위해 라스베가스의 콘도나 플로리다의 은퇴주택, LA에서 임대용 다세대 주택을 매입한 경우에는 차압 때 은행 부채 탕감액을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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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붐 시절 전매 차익을 노리고 세컨드 홈까지 샀다가 발목 잡힌 투자자들은 지금 주택을 차압당하고 IRS로부터 소득세까지 두들겨 맞는 참담한 지경에 처했다.

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수많은 세컨드 홈 소유주들이 집값 폭락으로 집을 뺏기고 수만달러의 연방 소득세까지 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택 붐이 최고조였던 2년 전 세컨드 홈을 매입했던 중가주 스탁턴의 한 중년 부부가 전형적인 케이스. 이 부부는 집값이 계속 오르는데 고무돼 스탁턴 교외 린덴에 53만5,000달러의 드림 하우스를 매입했다. 스탁턴의 첫 번째 집에서 에퀴티 론을 내 세컨드 홈의 다운페이로 넣고 융자를 잔뜩 받아서 살 수 있었다. 첫 번째 집은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해 세를 줬다. 렌트만으로도 페이먼트는 낼 수 있고 앞으로 몇 년 지나 값이 오르면 자녀 대학 학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다.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잔뜩 늘린 것이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연소득 6만5,000달러인데 갑자기 테넌트가 나갔고 변동 모기지 이자율이 뛰면서 첫 번째 집의 페이먼트가 1,000달러에서 2,700달러로 껑충 올라가 버렸다. 차압을 모면할 도리가 없었다. 두 집 모두 페이먼트를 못내 빼앗겼고 지금은 초라한 집을 렌트해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임대해 준 집에 대해 연방 소득세가 또 기다리고 있었다.

IRS가 소득세를 부과한 이유가 기 막힌다. 은행이 주택을 차압하고 못 받은 액수를 손실 처리하면 차용인은 집을 뺏기지만 채무는 면제된다. 그러나 조세 당국 입장에서 보면 차용인이 갚지 않아도 되는 ‘융자액에서 차압주택 판매가를 뺀 액수’는 차용인의 ‘소득’으로 간주돼 과세할 수 있다.

현재 고통을 겪고 있는 다른 많은 주택 소유주들과 마찬가지로 이 부부도 차압주택의 판매가가 융자액보다 적었다. 임대해 준 첫 번째 집이 5년 전 매입했던 가격 그대로 16만달러에 팔렸다면 이 차압 주택에 대한 융자 28만달러에서 판매가 16만달러를 뺀 12만달러는 과세소득으로 간주된다. 즉 과세소득 12만달러에 대해 3만달러의 연방소득세가 청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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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케이션 홈에 투자했다 낭패를 보고 파산신청을 한 부부가 집 앞에서 울상을 짓고 있다.


“파산을 신청하면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리되고 새 출발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앞으로 세금이 얼마나 나올지 기다리고 있다”고 이 부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LA의 파산전문변호사 스캇 보비츠는 “이런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며 “거주하기 위해 사지 않고 작은 도널드 트럼프 흉내를 내며 부동산을 매입하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가격이 빠르게 회복되면 사정은 나아질 테지만 그럴 기미는 없어 차압에 이은 세금 폭탄이란 황당한 사태는 상당기간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 수년간의 주택 붐이 화근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뛰자 다들 겁 없이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매차익을 노리고 사고팔기를 여러 번 하는 투자자들도 많았다. 특히 베케이션 홈과 투자용 주택 매입 붐이 일었었다.

베케이션 홈은 현재 전국에 750만채로 소유주 거주 주택의 약 10%에 해당한다. 전국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2002년에서 07년 사이 베케이션 홈은 18%나 급증했다.

오너 거주 주택이나 투자자 소유 유닛 수의 증가 속도를 3배 이상 앞지르는 빠른 증가세였다.

세컨드 홈 투기 과열이 낳은 피해는 많은 부분 개인 홈 오너들 몫으로 남았다. 발 빠른 투기꾼들은 재빠르게 피했다. 라스베가스의 경우 지난해 차압의 60%가 비거주자 소유 부동산이었는데 올해 첫 분기에는 차압 부동산의 60%가 소유주 거주 하우스로 역전됐다. 결국 짐을 떠안은 쪽은 개인 홈 오너들이다.

마운틴 뷰의 한 파산 전문변호사는 과욕이 파멸을 불렀다고 꼬집었다.

“붐 시절 다들 에퀴티를 그냥 쓰지 않고 둔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에퀴티를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처럼 투자를 했다. 이들은 집을 담보로 과한 융자를 꺼내 쓰면서도 일이 잘못되면 부채가 시한폭탄이 돼 돌아올 줄을 몰랐다”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파산전문변호사 보카 레이턴은 “렌더와 잘 협상해서 ‘차압이 융자의 모든 의무사항을 만족시킨다’(Foreclosure fully satisfies all obligations under the loan)는 문구를 넣는다면 은행은 미납 채무가 없다고 보고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리하면 IRS도 세금을 부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테크닉이 법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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