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돕는 일은 항상 조심스럽다

2008-04-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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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있는 가난한 사람을 재정적으로 돕는 일은 여러 면에서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자기의 소유 욕구를 억누르고 재정을 나누어 줄 마음을 갖는다는 것도 어려운 결정이고, 또 도움을 받는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 따뜻하고 정이 오가는 도움이 되게 하려고 자기를 낮추고 배려와 정성을 기울이는 것도 어려운 자세입니다.

따뜻한 교감이 오고가지 않는 도움이란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오히려 서로간의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기도 합니다.


LA에 살다 보면 ‘집없는 사람’들을 돕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먼저 차림새부터 신경을 써야 합니다. 비까번쩍하게 차려 입고 나간다면 이나 실컷 얻어먹고 돌아와야 합니다. 그런 때는 그들과 비슷한 차림새로 나가서 정중하게, 정성껏 음식을 나누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어쩌다 ‘집없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 사람의 기본적인 가치가 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그런 인격을 가지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정말 어쩌다가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언제든지 입장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월하고 그는 열등하기 때문에 돕는다’는 태도는 삼가야 합니다. 그런 태도로는 물질은 주고받겠지만 마음은 오고가지 못합니다. 오히려 하지 않음만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북한이 많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 것은 북한 동족들의 굶주림이 심하다는 뜻입니다. 중국에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시장의 불안정을 이유로 곡물수출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 한국 정부의 대북 언급이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북한의 대남 발언이 사나워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국민들의 대북 감정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새 정부로서는 종전의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처럼 ‘퍼주기 식’이라는 국민들의 오해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입니다. 또 한국민들도 새 정부가 ‘주고도 욕먹는’ 식의 대북 원조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북한은 핵을 포기하라는 주변 강대국들의 압력과 자국 내의 어려운 식량사정, 그리고 국제 자본주의 시장에 익숙하지 못한 처지 때문에 신경이 매우 예민해져 있을 것입니다.

이런 때,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의 곤경을 손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들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동족이 굶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자괴감이 깊은 북한을 돕는 일에 있어 남한 정부는 미국이나 중국의 태도와는 달리 충분한 배려와 인내, 아량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한피’라는 감정이 더욱 확실해지고,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최근 이명박 정부가 도움 받는 쪽의 입장을 좀 더 배려해서 대북 발언을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북한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이명박 정부에 안도감을 갖기도 합니다. 정부가 이런 배려를 계속 가져야 하고, 남한의 국민들도 좀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북한을 성심껏 배려한다면, 언젠가는 북한도 남한의 성의를 이해하는 ‘희망의 순간’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북한 고아들을 돕는 심부름을 해 오면서 가지게 된 제 생각입니다.

송 순 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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