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레딧 좋은데도 융자받기 너무 힘들어

2008-03-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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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채권 부실 확대로 어려워진 패니매·프레디맥
투자자 신뢰회복 위해 일반 모기지 융자심사 대폭 강화
컨포밍 론 얻기 전보다 어려워지고 비용도 더 비싸져

주택시장 하락으로 인한 신용 위축으로 전통적 모기지 융자마저 위협받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정부 보증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발행한 모기지 채권마저 기피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크레딧이 탄탄한 소비자마저도 주택 융자를 받기가 어려워졌고 모기지 융자에 따르는 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좋은 크레딧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은행이 융자를 해줄지 안 해 줄지 알 수 없다”고 펜실베니아 대학 와턴 경영대학원의 조셉 메이슨 교수는 최근 크게 위축되고 있는 전통적 모기지 시장 상황을 전했다.

모기지 융자가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다행히 융자를 얻는다 해도 모기지 채권 시장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자율 등 융자 코스트가 전보다 한층 비싸졌다. 모기지 채권 가격이 하락함으로써 모기지 채권 수익률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모기지 이자율이 더 올라갔기 때문이다.
한동안 6% 아래로 떨어졌던 30년 고정 모기지는 18일 현재 전국 평균이 6.13%로 껑충 뛰었으며 5년 변동 모기지도 5% 초반에서 5.58%로 크게 올랐다.
“주택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에 모기지 융자 코스트가 극적으로 올랐고, 당분간 모기지 자금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모기지 리서치 회사인 홀세일 액세스의 탐 라말파는 우려했다.
모기지 연체와 상환 불능(default)이 급증함으로써 서브프라임 융자와 점보 모기지 융자는 지난 여름부터 막혀버렸지만 크레딧이 좋은 소비자들은 두 정부 기관의 크레딧 기준을 충족시키는 한 여전히 일반 모기지 론(conforming loan)은 받을 수 있었다.
연방 정부가 보증하기에 투자자들이 안전하다고 믿고 두 기관이 보증하는 모기지 채권을 구매해 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월 말부터 사정은 급변했다. 디폴트 증가로 4분기 중 두 기관의 손실 총액이 60억 달러로 급증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투자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정부 보증도 믿지 못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모기지 디폴트는 기록적으로 계속 늘어 모기지 채권 가치 하락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더 악화시켰다. 급기야 연방정부는 전국의 여러 거품파열 지역에 대해 컨포밍 모기지 융자 한도액을 최대 72만9,750달러까지 증액시키는 등 모기지 시장의 유동성 증가를 위한 비상조치들을 속속 취했다.
패니와 프레디도 자신들의 재정안전을 도모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새로운 수수료 부과와 한층 까다로워진 융자심사가 그것이다. 소비자로서는 모기지 융자 이용에 따르는 비용이 더 비싸지고 컨포밍 융자 자격을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난주 열렸던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프레디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위험정도에 따라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가격을 ‘크게’ 올렸다”고 밝혔다.
이런 일련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모기지 비용이 더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홀세일 액세스는 “일 년 전만 해도 전통적 일반 모기지 융자를 받을 수 있었던 소비자들 중 30~40%가 지금은 융자를 받을 수 없게 됐다”고 추산했다.
패니와 프레딕는 현재 더 높은 크레딧 점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점수가 모자랄 경우 더 높은 이자율을 부과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크레딧 점수가 620점인 소비자는 680점인 소비자와 같은 비용을 지불하면 됐지만 지금은 최소한 0.5%포인트는 더 내야 한다. 30년 고정인 경우 6.25%만 내면 될 것을 6.75%를 내게 됐다. 22만5,000달러를 융자받을 경우 월 페이먼트가 74달러는 더 늘어나게 됐다.
융자를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은 크레딧 점수가 휘황찬란하지 않는 한 다운도 더 많이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운을 5% 아래로 융자를 받으려면 크레딧 점수가 최소한 680점 이상은 돼야 한다. 전에는 다운 페이먼트를 많이 할 수 없는 경우에도 탄탄한 직장 등 다른 강점이 있을 경우에는 융자가 이뤄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안 된다.
융자가 까다로워졌다고 해도 전통적 일반 모기지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융자 위축으로 인해 주택시장의 고전은 더 심화될 것이다. 융자가 안 나오면 바이어는 집을 살 수 없고 바이어가 줄어 수요가 줄면 주택가격은 더 떨어지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는 언제나 풀릴까. 셀러나 바이어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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