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하는 삶-이슬람권에 선 기독교학교(1)

2008-03-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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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와 에티오피아가 국경을 이루고 있는 모얄레 지역은 가난하다. 척박한 땅 위에 1만8,000명이 빗물을 받아 먹으며 산다. 함석을 이은 지붕과 싸구려 바라크 골조라도 있으면 그것이 집이다. ‘가난과 질병’이 이 지역의 또 다른 이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 의사를 구경해 보지 못했다. 게다가 주민의 99%는 모슬렘이다. 눈만 살짝 내놓고 얼굴은 스카프로 모두 가린 여자들이 이방인인 우리 선교팀을 바라본다.
LA에서 나이로비까지 27시간. 거기서 다시 경비행기를 갈아타고 네 시간을 더 들어갔을 때 영국인 비행사 선교사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킨다. “바로 저기 크리스천 스쿨이 보입니다!” 그렇다. 바로 저기다! 회교권 지역 한 가운데 지어진 크리스천 스쿨은 지난 4년간 많은 분들의 기도와 물질적 후원, 그리고 한 선교사의 헌신이 맺은 값진 열매다.
20에이커의 땅을 학교 부지로 구입하면서 꿈은 하나씩 실현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회교권 사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모슬렘들이 받아들일까요? 자기 자녀를 크리스천 스쿨에 보낼 사람들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난 해 고등학교 개교식에는 주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지역학교의 출발을 축하했다. 9학년 남학생 신입생 40명. 지원자 120명 가운데 성경에 나오는 대로 제비뽑기를 거쳐 입학한 학생들이다.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 것은 하나님이 구원하실 아이들을 하나님께서 친히 선택하셔서 이 학교에 보내달라고 기도해 왔기 때문이다.
교내에서는 기독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행위를 일체 금지한다는 것과 기독교 종교교육만 실시된다는 조항에 학부모들로부터 모두 동의서약을 받았다. 이들은 종교가 다를지라도 자녀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기회를 기다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어려서부터 회교 경전인 코란을 배우다가 기독교 학교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다. 회교도들은 하루에 다섯 번씩 기도를 해야 하는데 공개적으로 회교식 기도를 할 수 없다는 교칙 때문에 아이들은 인적이 없는 곳에 가서 기도하기도 하고 기숙사에서 몰래 기도를 하기도 한다.
학교 사역을 시작한 이원철 선교사는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면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일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 이슬람식 예배에 참석한다면 저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그만큼 회교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독교 학교 사역은 쉽지 않겠지요. 더구나 개종하는 아이들이 생겨나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핍박이나 어려움은 가중될 것입니다.”
모얄레 출신으로 우리가 만난 크리스천 개종자의 이름은 아메드. 그는 14세 때 한 선교사로부터 복음을 듣고 예수님을 구세주로 영접했다. 구원의 감격과 동시에 찾아온 것은 사형선고. 돌팔매로 죽임을 당하도록 결정이 났지만, 그는 끝내 코란을 거부하고 선교사에게서 전해 받은 한 권의 성경책을 가슴에 안았다. “나를 돌로 치십시오. 나는 이슬람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내게는 단 한분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멩이가 무섭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분노한 회중이 다 떠난 뒤 피투성이가 된 채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소년 아메드는 다시 깨어났다. 기적이었다. 그는 지금은 기독교 목사가 되어 에티오피아 국경 근처에서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계속)

김 범 수(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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