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울증? 희망의 싹

2008-02-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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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 먹고 사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에서) 비가 주룩 주룩 내리던 날... 나도 모르게 무심코 한 말이다.
비가 비가 아니었다. 미친듯이 내리는 장대 소낙비였다. 먼 산엔 눈까지 쌓였다. 이상했다. 이상 기온이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 괜히 무서움까지 들었다. 밤새도록 내리는 비, 저녁에서 새벽까지 이어지는 비. “미쳤군, 미쳤어!” “내가 미쳤나? 날씨가 미쳤나? 아니 비가 미쳤나?” 요즘은 정상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적어도 내 눈에...
세상이 정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의 불안함 때문이다. 내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우울해 진다. 언제부턴가 나의 인식에 자신이 없고 확신이 없어져 버렸다. 나의 일에 불안함만이 깃들어 버렸다. 마음의 병, 우울증은 이렇게 시작되나보다. 최근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가운데 우울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렸다. 0.75퍼센트 포인트를 인하하더니만, 열흘 사이에 또 0.50퍼센트 포인트 끌어 내렸다. 이제 3.0퍼센트의 저금리시대가 또 다시 도래했다. 다음달 또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만간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벌써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나의 우울증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연방정부가 얼마나 급했으면, 얼마나 상황이 안좋았으면 이토록 긴급하게 연방금리를 내릴까.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주가는 기대만큼의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또 다른 경기부양조치가 필요한 정도라는데.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부양조치로는 미흡하다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조치가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오히려 미국 경제에 나쁜영향을 미칠 것으로 걱정이 크다는데. 나의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이유다.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가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후 이토록 어렵고 힘든 경우가 있었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럼 지금의 상황은 나에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도전, 새로운 경험? 유쾌하지는 않지만 분명 새롭고 또 다른 도전의 시작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밤중에라도 새벽을 생각하고 낮의 한가운데라도 한밤의 칠흑을 대비해야 하듯이. 부시 정부의 힘겨운 싸움. 경기라는 큰 곰을 앞에 두고 힘겹게 벌이는 샅바 싸움은 벌써 시작됐다. 침체라는 나락에 떨어지는지, 한판승을 거둘 수가 있을 것인지, 냉정한 두 눈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에 마음을 마냥 놓아 둘 수가 없다. 우울증이라는 감성에 내 힘줄이 끊어질 수는 없다.
10여년전, 한인타운으로 첫 출근을 하던 그 날 아침. 그 힘찼던 설레임. 그 발걸음. 그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계속 그 기억을 간직해야 한다. 새롭고 새롭게 위기를 넘겨야 한다. 그토록 지겹게 내리던 비도 그치면 한순간 눈부신 태양이 비추지 않는가. 눈도 뜰 수가 없다. 순간이다. 우울과 희망, 낙심과 절망 그리고 새로움. 모두가 마음속에 한꺼번에 자리하는 것. 내가 찾기 나름이고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고 내 눈의 방향에 따라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세상은 돌고 또 돌지만 모두가 나를 위한 세상인 것을...
그래 난세일수록 큰 기회는 찾아오는 법. 영웅호걸들은 난세가 만들어 낸 조각품들이지. 오호 쾌재라! 바로 지금이 희망과 기회의 시작인 것을. 결국 돈은 아름다운 꽃이라고 자신있게 외칠 수 있을만큼 철학이 있는가. 역사를 보는 눈이 있는가. 돈을 아름답게 가꿀 창조성이 있는가.
비는 여전히 내 코앞에서 눈앞에서 내리고 있지만, 마음의 비는 이미 그쳐버렸다.
213-910-4989
클라라 조
Coldwell Banker Wilshire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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