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압의 함정

2008-02-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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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차압위기에 놓여 도움이 필요한 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인타운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LA외곽으로 갈수록 사정은 악화된다. 본의 아니게 자신의 소유 주택이 차압위기에 몰리게 되면 당황한 나머지 주택 소유주는 여러가지 실수를 할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실수들은 이것 저것 앞뒤를 재지 않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든것을 성급히 결정을 하다 발생하는 일들이다.
지난해부터 주택시장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차압문제를 2000년초의 닷컴붐에 이어 발생한 증권시장의 하락과 같은 이치로 보는 분들이 많다. 독자중에는 증권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2000년대초 닷컴 버블이 붕괴될때 가장 문제가 되었던것이 무엇인가? 바로 자신의 소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계속 주식을 사들이다 주식가격이 하락하면서 발생한 ‘Margin Call’ 때문인 것을 기억할 것이다.
즉 주식가격이 떨어진만큼 그간 빌린돈을 갚아야하는데 갚을 능력이 없어 강제로 소유주식이 싼값에 강매를 당하고 결국에는 자신이 투자한 모든것을 잃고 빈털털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주택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주식이라는 상품대신 에퀴티(Equity)로 대체된것을 빼고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는것 같아 안타깝다. 집값 상승과 함께 불어나는 에퀴티를 담보로 계속 투자용으로 주택을 하나, 둘씩 사들이다 결국 두손을 들고 마는 형국인 것이다.
지난주 숏세일 문제로 만났던 두 분의 경우도 자신의 집값이 많이 오르자 이것을 담보로 에퀴티를 마련하여 투자용으로 하나를 더 구입했다가 이제는 자신이 살고있는 집을 포함해 두 채 모두 잃게 된 딱한 경우에 처한 분들이었다.
요즈음 이러한 위급한 위기에 몰린 주택 소유주들에 주택차압을 피하게 해준다며 도움을 준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차압위기에 몰린 주택 소유주 입장에서 여간 반가운일이 아니겠지만 그중에는 오히려 주택소유주들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는 경우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간절하게 구명보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바닥에 구멍이 나 있는 쓰지못할 배를 가져다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차압을 당할 위기에 있는 소유주일수록 일단 차압 진행과정의 모든 절차를 본인이 먼저 잘 이해하고 어떻게 하는것이 자신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인가를 판단한 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융자를 받은 사람과 주택에 대해 등기권을 갖는 사람이 각각 다를 수 있다. 처음 집을 살 당시는 융자 받은 사람과 주택 등기 소유권이 같지만 후에 시간이 지나 어떠한 이유에 의해 주택등기가 다른사람으로 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택 차압 위기에 몰린 분들중에는 자신의 집의 등기권리를 다른사람으로 넘겨주면 자신의 주택이 차압을 면할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등기는 넘어갔지만 자신이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은 융자금은 그대로 자신의 이름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후에 모든 법적 책임은 본인이 질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압문제의 해결을 모색할때 등기를 남에게 넘겨주는 문제는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차압위기에 몰린 경우는 먼저 급한 나머지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차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의 도움을 꼭 받고 최종결정을 내릴 것을 부탁한다. 한번 잘못 내딛은 길은 다시 돌이킬수 없는 길로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을 바로 차리라고 했다. 어려울 수록 조금더 여유를 갖고 안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213)590-5533
스티븐 김
아메리카 부동산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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