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떠나는 배에 복음을 실어~

2008-02-0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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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배에 복음을 실어~

롱비치 영락선원교회의 황 식 담임목사(앞줄 왼쪽에서 네번째)와 ‘비고정’ 교인들인 선원들. 황 목사는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복음과 사랑을 전하는 사역을 25년간 해오고 있다.

‘항구의 사람 낚는 어부’ 롱비치 영락선원교회 황식 목사

“앉아서 세계 선교 최적” 25년간 섬김 사역
선원들 발노릇… 디즈니랜드 1,200번 오가

“항구는 앉아서 세계 선교를 할 수 있는 곳이지요. 1년 내내 약 50개국 선원들이 입항하고 출항하는 롱비치항과 LA항은 바로 주님께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고 우리를 보내 주신 사역지입니다.”
지난 3일 일요일 롱비치 선원센터(Seamen’s Center) 채플(120 S. Pico Ave.)에서는 조촐한 잔치가 열렸다. 롱비치 영락선원교회 2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 이 자리엔 돌아가면서 채플을 채우고 훌쩍 떠나가는 선원 20여명과 선원교회를 파송한 본교회인 나성영락교회 교인 70여명이 참석해 말씀의 떡을 함께 뗐다. 예배 후엔 풍성한 음식을 나누며 사랑을 돈독히 했다.
사시사철, 매주 교인이 바뀌는 이 신기한 교회를 이끄는 사람은 황식(64) 담임목사. 25년 전인 1983년 평신도로서 영락교회 바울선교회 멤버 30여명과 선원들을 차에 태워 주일예배에 데려오는 봉사를 시작한 것이 그의 평생 사역이 되었다. 그 후 그는 목사 안수를 받았고 1988년 교회의 전적 지원 속에 선원들의 삶의 현장에 교회를 세워 ‘이름 없고 빛도 없는’ 섬김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롱비치항과 LA항에는 한국인들이 승선한 여러 국적의 컨테이너선, 일반 화물선, 유조선 등이 한 주에도 15척 가량씩 입항하고 출항한다. 이들 배에는 몇 명에서 20여명까지 한국인들이 타고 있다. 선원은 크리스천 비율이 10% 미만이기 때문에 항구는 사랑을 베풀어 마음 문을 열게 하고 ‘그리스도를 영접’하게 할 영혼들이 지천인 ‘황금어장’. 28일, 35일, 84일마다 규칙적으로 보는 선원들도 있지만 전체의 절반은 평생 한 번 스치고 끝나는 이들이다. 하지만 그는 ‘내 교인’없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정성껏 섬긴다.
요즘은 선주들이 싼 임금을 찾아 중국인, 조선인, 필리핀인, 인도네시아인들의 고용을 늘리고 있어 그의 사역도 점차 ‘글로벌화’ 하고 있다. 섬길 대상의 폭이 갈수록 넓어지는 것이다. 이들 모두를 전도 대상으로 품기에, 그야말로 ‘세계가 황 목사의 교구’다.
25년간 초심을 잃지 않고 태평양의 푸른 물결에 복음을 실어 보내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황 목사는 예배 인도, 복음 전파, 상담을 넘어 선원들의 발 노릇까지 감당한다. 놀이공원, 병원, 샤핑몰 등으로 그들을 데려다 주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디즈니랜드는 무려 1,200여번,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600여번이나 가 봤다. 기네스북 등재에 도전할 만한 기록이다. 초창기엔 같은 곳을 자주 가는 일이 지겨워서 선원들만 들여 보냈다. 하지만 초행길인 이들이 자기들끼리는 제대로 구경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햄버거를 함께 먹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이들을 ‘그림자 수행’ 하고 있다.
“남들은 ‘당신이 여행 가이드냐’ 하더군요. 붙박이로 한 주 내내 롱비치에 머물면서 이 일을 하다 보니 가족들과는 제대로 된 여행 한 번 못했어요. 사모도 수시로 갈비를 재고 김치를 담그는 등 형언하기 힘든 수고를 감내했지요. 그런데도 아이들이 잘 자라 주고 직장 다니는 딸아이는 이제 일요일마다 나와 아버지를 돕고 있습니다. 또 그 긴 세월 동안 한 번의 교통사고나 선원 불상사가 없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선원교회에는 ‘고정 교인’인 평신도 동역자들이 8명 정도 있어 예배준비, 청소 등을 도와주면서 그의 마음을 든든하게 해 준다.
황 목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70세가 될 때까지는 선원들을 전도할 것”이라며 오늘도 예수 그리스도를 선장으로 모시고 세계 선교라는 ‘비전의 항구’를 향해 힘찬 항해를 하고 있다.
문의 (562)843-0990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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