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하는 삶-감옥 교회

2008-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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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엘 옹고 교도소’에 교회가 생긴다.
엘 옹고 교도소는 5년~40년 징역형을 언도받은 중범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하이 시큐리티(감시가 매우 엄중한) 교정시설이다. 외부인들의 접근이 금지되었던 곳, 선교 목적의 방문은 더더욱 허용되지 않았던 장소였기에 교도소가 세워진 지 4년 만에 한인들의 도움으로 교회가 지어진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다.
“집사님!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폴 서 목사님(4 Christ Mission)의 목소리가 전화선 저쪽에서 감격으로 떨리고 있었다. 사사건건 까다롭기 짝이 없던 전임 소장이 부정부패로 문책을 당한 뒤, 독실한 크리스천이 소장으로 부임해 우리 선교팀의 방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매사에 협조해 왔다. 이 신임 소장이 교도소 내 빈 땅에 교회 신축 계획을 허락한 것이다.
4년 전 첫 방문 당시, 간수들의 살벌한 감시를 받으며 선교팀은 이렇게 기도했었다.
“주님, 이곳에 주님의 교회를 세워주십시오. 악한 영이 지배하는 이 쇠창살 안, 사탄의 미혹을 받은 사람들이 갇혀 있는 이 감옥 안에 주님의 사랑을 전하게 해 주십시오.”
사방을 둘러보아도 마약으로 찌든 죄수들의 불안한 눈빛과 살인과 폭력으로 파괴된 영혼들이 선교팀을 향하여 날카로운 적의를 드러내던 곳. 우리 눈에 보인 것은 차가운 시멘트 건물과 그들의 몸과 마음에 채워진 쇠사슬뿐이었는데…. 그즈음 우리들이 가장 뜨겁게 외웠던 말씀이 바로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히브리서 11장 1절)였다.
지난 주, 서 목사님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선교팀을 짰다. 여러 교회에서 연합하여 51명의 단기 팀을 구성한 것이다. 시카고 한인교회에서 보내온 헌금을 시작으로 LA의 여성 사업가 한 분이 아낌없이 내놓은 헌금으로, 드디어 얼어붙었던 교도소 땅 한편에 교회 신축의 첫 삽을 뜨게 되었다.
새벽 3시. 멕시코로 떠나던 날, 설렘으로 더 이상 누워 있지 못하고 일어났다. 주님도 기쁘시지요? 혼자 중얼거리며 준비물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첫 방문 때는 예정 시간보다 늦었다고 50여명 선교팀이 교도소 정문에서 입장 거부를 당하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 방문할 때마다 크리스천 죄수의 숫자가 더해갔고, 세례를 받는 죄수도 늘어났다. 이곳에선 스패니시 성경책이 부족해서 주님을 영접한 죄수들이 감방 안에서 성경 한권을 닳도록 돌려본다. 주님은 낮은 곳에 임하기를 기뻐하신다.
국경을 넘어 현지에 도착했다. 음산한 벌판을 지나 한갓진 산길을 오른다. 날씨가 어찌나 춥고 바람이 매서운지 안경이 날아가고 옷자락이 펄럭인다.
철저한 몸수색을 당한 뒤 마침내 통과! 우리들은 맡은 사역에 따라 분주히 움직였다. 이발 미용팀, 밤새워 준비한 800개의 핫도그를 만들고 서브하는 팀, 찬양팀, 의료사역팀 등…. 죄수들과 함께 예배하면서, 함께 찬양하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은혜의 눈물을 흘렸다. 세례식은 커다란 쓰레기통에 물을 담아 침례를 했고 처음 믿는 죄수들의 입에서 방언이 터지는 역사가 있었다.
한국어, 영어, 스패니시, 사용하는 언어는 제각각이지만 우리는 한 스피릿으로 목청껏 찬양을 하나님께 올려 드린다.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그리어볼 때….”
이번 여름까지는 감옥 교회가 완성될 것이다. 죄수들의 손으로 쌓아올릴 벽돌 한 장 한 장이 그들의 기도와 회개, 구원의 감격으로 채워지길 기도한다.

김 범 수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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