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편견 딛고 ‘사랑의 벽돌’쌓아요

2008-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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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딛고 ‘사랑의 벽돌’쌓아요

지난 달 29~31일 ‘평화의 집’ 건립 등 사업계획을 의논하기 위해 LA에 모인 ‘국제선’ 임원들. ‘어둠을 밝히는 촛불’같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처럼 환하다.

■국제결혼가정선교 연합회의 올해 계획
소외이웃 쉼터‘평화의 집’건립 나서

‘물가로 나오라. 내 곁에 서라. 네 목마른 것을 내가 채우리라. 어둠에 헤맬 때 흘리던 네 눈물, 그 눈물을 위해 내가 죽었노라.’
한 복음성가의 가사처럼 아픔과 고통으로 얼룩졌던 시간을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고 이제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이들이 있어 주목을 끈다.
지난 달 29~31일 LA 프라미스랜드 교회에서 연례 회의를 가진 ‘국제결혼가정선교 전국연합회’(약칭 국제선·회장 유정예) 임원들. 텍사스, 앨라배마, 테네시, 뉴햄프셔, 메인, 보스턴 등 미국과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이들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비싼 항공료와 숙박료를 부담하면서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국제결혼을 한 한인 여성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한편 오갈 데 없는 노숙자, 정신질환자, 암환자 등이 쉴 수 있는 공간인 ‘평화의 집’을 건립한다는 목표가 그것.
유정예 회장, 이정희 부회장, 조영희 선교부장, 유영심 선교사 등은 “1999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110에이커 부지를 구입, 모기지 론을 모두 상환했다”며 “지금은 건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벽돌 1장당 100달러를 기부하는 ‘벽돌 쌓기 캠페인’을 벌이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아름다운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이름은 나중에 건물 벽에 새겨진다. 건축 예산은 200만달러로 은행 대출 50%, 기부금 50%로 충당될 예정이다. 국제선은 회원들의 쌈짓돈만으로는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교회와 한인 기업들의 동참을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국제선이 평화의 집 건립에 가속 페달을 밟는 이유는 회원 출신인 김민지 목사가 목회하는 세인트루이스 샘물교회 인근에서 7년 전부터 운영해 온 셸터가 수용인원을 크게 초과했기 때문. 집 한 채로 운영하는 것이라 현재 오갈 데 없는 여성들이 정원은 2배를 넘게 기거하고 있다.
유 회장은 “올해 안에 첫 삽을 뜰 예정인 평화의 집에는 선교센터, 셸터, 양로원, 민속마을 등의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며 “두레마을처럼 농사 등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 30여개 지부를 통해 약 8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국제선은 지부 확장을 통한 ‘1만 회원 연결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남가주와 북가주에 지부를 세우기 위해 기도 중이다.
1만 회원 연결운동은 1991년 겨울 새벽 시카고에서 국제결혼에 실패한 한 여성이 빈 빌딩에서 잠을 자다 쫓겨나 새벽길을 헤매다 제설차량에 치여 숨지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나님의 피조물이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목숨을 잃는 일만을 재발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네트워킹을 시작하면서 가슴에 아로새긴 다짐이었다. 이들은 매년 여름 수련회를 갖고 자신들의 사명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해에는 보스턴에서 모였으며, 올해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뭉친다.
또 서울에서 매년 가을 선교 대회를 개최하고 혼혈아동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모국에까지 사랑을 베풀고 있다.
결혼이란 항구로 가는 과정에서 ‘국내선’이 아닌 ‘국제선’을 타, 미국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본격 이민의 뿌리를 이룬 한인 여성들을 대표하는 협회의 임원들. 민간외교 사절로 열심히 살다 이제는 ‘남들이 자기에게 던지는 벽돌로 든든한 기초를 쌓아가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편견과 차별을 딛고 사랑의 실천에 나선 이들은 31일 두레마을 견학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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