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또 다른 이민을 시도하라

2008-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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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학계의 어른이신 랄프 윈터 박사는 그의 글 ‘The Kingdom strikes back’에서 하나님께서 세계 선교를 위해 쓰시는 4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방법은 선교적 의도를 갖고 자발적으로 나가는 것으로서 구약의 아브라함이나 모세, 신약의 열두 제자와 바울 등이 그 예다. 이들은 선교사로서 하나님의 분명한 부르심에 순종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두 번째는 선교적 의도 없이 비자발적으로 나가는 것으로서 분명한 선교적인 의도 아래 타문화권으로 이주하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의 손에 의하여 선교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사람들이다. 예를 들면 요셉, 다니엘, 나오미 등을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자발적으로 나오는 경우로서 시바 여왕이나 룻과 같은 사람을 들 수 있다. 이들은 하나님의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을 보고 자발적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마지막 방법은 비자발적으로 나오는 경우이다. 예를 들면 노예로 잡혀온 아프리카인들이다.
랄프 윈터 박사의 해석은 ‘선교’하면 확실한 소명을 받고 자발적인 순종으로 타문화권에 나가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여기는 전통적 사고에 발상의 전환을 가져오는 탁월한 식견이다.
박해로 믿는 자들이 흩어져 복음을 전하게 된 초대교회(행 8:4, 11:19)를 봐도 선교가 꼭 자발적인 경우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나님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삶을 인도하시는가 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관점에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주 한인들의 경우는 어떤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너온 대부분이 두 번째 부류에 속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교회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다가 미국에 와서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2세들이 목사나 선교사로 헌신한 경우도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비록 이민자들의 첫 의도는 분명 선교적 의도는 아니었지만 하나님은 이민이라는 방법을 의도적으로 선교 목적에 사용했음을 알 수가 있다.
이제 1세들이 은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노년을 보내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 요셉의 가족들이 기근을 피해 애굽으로 이민한 것처럼 초기 한인 이민자들도 넉넉지 못한 고국을 떠나 꿈의 나라로 이민을 온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위기로 앞으로의 삶이 그리 풍족할 것 같지 않다. 하나님은 이처럼 환경적 부르심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람들을 재이주 시키셔서 그의 나라를 확장해 나가신다.
이제 아시아권 재이주를 강력히 권한다. 은퇴 후 받는 사회보장 수표만으로는 미주에서 근근이 살아가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그 돈으로 준수한 삶을 살 수 있는 나라는 아직도 많다. 이미 한인 인구가 많아 초기 이민자의 어려움까지 덜 수 있어 더 좋다. 중국, 태국, 필리핀 등의 주요 도시엔 이미 수만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가서 교회를 세워라. 새 사업을 시작하라. 현지인들을 사귀며 복음적인 삶을 살라. 자연이 교회가 설 것이다. 기독교 문화가 서서히 사회에 스며들어 갈 것이다. 선교를 위한 훈련 없이 그저 가서 살면 된다. 그러나 하나님은 선교적인 사람으로 사용하실 것이다. 한번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기에 미국을 떠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실버미션 시대가 열렸다. 아브라함도 실버 때 선교를 떠났다. 은퇴 후 양로보건센타에서 대신 선교지에서 여생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한국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벌여놓은 일들을 보조할 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가서 선교팀들을 위해 밥을 지어주고 고추를 심는 일만 해도 큰 선교사의 삶을 살 수 있다. 또 다른 위대한 이민을 시도하라!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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