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후 헌납 유산 관리시스템

2008-0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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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헌납 유산 관리시스템

최근 발족된 영락 특별기금 운영위원회가 새해를 맞아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나성영락, 한인교계 첫 구축

남편을 천국에 먼저 보내고 홀로 사는 L권사. 평생 모은 재산이 있어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이가 많이 들어가면서 재산을 정리하고 싶다. 하지만 전문직에 종사하는 두 딸은 어머니 재산의 상속을 원치 않는다. 고민 끝에 L권사는 사후에 전 재산을 교회에 내놓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몰라 답답하다.

■영락 특별기금위 발족 유언·신탁 등 안내서
투자까지 전문 관리“지역사회 봉사 등 더 큰 사역 감당할 것”

나성영락교회(담임목사 림형천)가 L권사처럼 ‘재물의 선한 청지기’로서 유산 등을 교회에 헌납해 의미 있게 쓰기를 원하는 교인들을 돕기 위해 최근 한인 교계 최초로 전문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류사회에서는 교회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이같은 시스템을 구축, 다양한 사역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설립된 ‘영락 특별기금 운영위원회’가 그것으로 교회측은 12인으로 운영위 구성을 마치고 올해 위원장에 박인수 시무장로, 총무에 김창신 안수집사, 서기에 이형기 서리집사를 각각 임명하는 등 본격 활동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3년 임기의 위원 12인중 3분의1 이상은 시무장로가 맡게 되며, 위원회는 나눔으로 큰 기쁨을 얻는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교인들을 장려하고 특별기금을 투자, 관리하는 활동을 하게 된다. 물론 위원회 활동은 당회에도 보고된다. 영락교회는 이미 1년 전에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그동안 기부를 원하는 교인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미국 교회의 사례를 수집, 분석해 왔다.
희망자는 현금이나 부동산 등을 교회에 헌납할 수 있으며, 기금의 용도를 지정할 수도 있다. 방법은 유언 또는 생전 신탁에 의한 유증, 자선증여 연금, 자선 잔여 신탁, 자선 우세 신탁, 현금·주식·채권·부동산 등의 양도, 은퇴플랜 수입의 증여, 생명보험 양도 등. 다만 현금의 경우 일반 헌금과 구별하기 위해 10만달러 이상만 특별기금으로 받아들인다.
림형천 담임목사는 “헌금액수가 한인교회보다 적은 주류사회 교회가 오히려 더 큰 사역을 기획, 실행하는 것은 특별 기부금이 큰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우리도 이런 힘을 갖기 위해 준비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림 목사는 “교회가 성장함에 따라 감당해야 할 사명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번 사역을 통해 성장에 걸맞는 시설을 마련하고 세상을 향한 사역을 잘 감당해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확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교회측은 특별기금을 경상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역들을 위해 사용할 방침이다. 위원장 박인수 장로는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 및 교육, 교회 밖 단체에 대한 지원, 교회시설 확충 및 개보수, 기도원 건축, 행정업무 현대화·효율화를 통한 목회 지원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락교회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다른 교회들로 확산되면서 커뮤니티를 향해 ‘보냄 받은 교회’로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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