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올 해도 행복하고 싶으세요?

2008-01-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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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힘찬 기운으로 태양이 떠올랐다.
새 달력을 걸면서 마음 속 가득한 희망의 꿈도 함께 걸었다. 매년 새해를 맞을 때마다 못 이룬 아쉬움을 달래면서 선물로 받은 새 날에 이룰 꿈들을 빼곡하게 적곤 했었다. 올 해도 희망의 돛대를 달고 함께 항해를 시작하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둘러앉아 희망을 꺼내어 차곡차곡 얹어놓았다.
2008년 첫 가정예배에서 작년에 적었던 많은 기도제목들을 점검하는 순서가 있었다. 막내가 별안간 손을 번쩍 든다. “아빠! 이번엔 내가 먼저 할래요” 두 눈에 가득한 기쁨의 기운이 뭔가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 오늘은 조수아가 1번 타자다. 하하하” 아빠가 미소로 대답한다.
작년에 적었던 8가지 소원들이 모두 다 이루어졌단다. 많은 소원 중에 원하던 자전거를 갖게 된 일이 아들의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하던 색깔까지 맞춰서 파란색 자전거를 선물받은 것이다. 비록 새것은 아니지만 새것처럼 잘 손질해서 전혀 예상치 않던 날에 옆에 사시는 목사님 댁에서 흘려보낸 선물이었다. 막내의 기쁨이 순식간에 전염되어 모두들 함박웃음을 지으며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었다.
계속해서 다섯째의 순서가 이어졌다. “나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은 꿈이 있는데….” 잠시 주춤하더니 그런데 하나님께 조금은 미안하단다. 친구들처럼 ‘내 방’을 갖고 싶은데 생각해 보니 우리 집 보다 훨씬 더 가난한 사람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엄마, 아빠도 있고, 언니, 동생과 함께 같이 사는데 자기 욕심만 부리는 것 같아 새해엔 아주 조그맣게 기도하려고 한다고. 아직 어린 다섯째의 솔직한 표현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찡해 왔다. 프리웨이에서 내릴 때마다 만나는 노숙자 걸인들에게 마음 담아 작은 선물을 건네주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히 동참했던 딸아이의 작은 고사리손이 고맙게 느껴졌다.
새벽마다 잔디에 물을 주고 멍멍이 밥도 챙겨주는 넷째는 앞 뒷장 가득히 소원을 적었는데 지금 보니 적지 않은 것까지 다 이루어주셨다고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큰 아이들은 몇 가지씩 보이지 않는 영적인 소원들도 더러 있었는데 일년 동안 너무도 정확하게 이뤄졌노라고 감사 바구니를 겹겹이 쌓아올렸다.
여덟 식구의 새해소원을 나누는 자리가 감사잔치로 변해갔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도 없진 않았지만 마음의 소원들이 구체적으로 이뤄졌던 지난 날들이 너무도 소중한 발자국으로 아름답게 찍혀졌고, 그것을 디딤돌로 삼아 새해의 소원을 채우며 행복도 함께 채워져갔다.
말은 ‘마음의 알’이라고 한다. 즉 마음에 있는 씨앗이 곧 ‘말’인 것이다. 좋은 마음에서 좋은 말이 나온다. 지나고 보면 매일 하던 말대로 인생이 채워져 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부정적인 말을 일삼고 남을 헐뜯는 사람은 매일 심은 대로 모나고 어려운 열매들을 거두며 울부짖는 인생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말 한 마디라도 곱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우리 주위엔 얼마든지 많이 있다. 어려운 상황인데도 마음담은 사랑의 한 마디로 위로하며 격려하는 고마운 이웃을 가만히 살펴보라. 결국은 심었던 씨앗들이 자라고 열매 맺어 몇 배의 복으로 되돌아오는 아름다운 ‘부메랑 인생’이 되는 것이다.
좋은 말을 좋은 열매로 만드는 에너지를 우린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사랑엔 인내와 기다림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기에 진짜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조급해 하거나 경솔하게 화를 내지 않는다. 믿음으로 좋은 말을 심고, 그것이 열매되어 돌아오기까지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일이 ‘기도’인 것이다. 올 한해도 새 말을 주신 행복한 인생의 황홀함을 맘껏 노래하는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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