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융자심사 이렇게 깐깐하다니

2008-01-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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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융자 창구의 표정

“2년전엔 봉급명세 팩스 보내면 4일만에 론이 나왔는데
지금은 6주나 걸리고 확인절차도 더 까다로와요”

은행들 과거 부실 대출사례 ‘부검식 융자심사’ 진행
누가 융자 승인했으며 왜 승인됐는지 철저히 따져
소비자로선 융자신청 허위정보 기재 아예 생각말아야


“모기지 융자 심사가 까다로워졌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깐깐할 줄이야.” 요즘 모기지 융자를 신청했던 소비자들은 “도대체 너그럽게 넘어가 주는 법이 없다”고 혀를 찬다. 융자기관들도 “부검하듯 신용분석을 한다”며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범죄 현장을 수사하듯이 융자신청서를 샅샅이 살피고 조회한다는 것이다.
융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자신들이 융자를 남발한 측면도 있지만 신청인들의 허위 또는 과장된 신청서에 속아 손해가 더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융자 신청인에 대한 융자 신용 심사(underwriting)를 예전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은행에서 최근 손실로 처리된 모기지 대출 중 상당수가 신청인의 거짓과 허위 서류로 인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모기지 은행들은 이젠 세컨더리 마켓 자이언트인 패니매와 프레디 맥의 융자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은 융자 신청에 대해서는 각별히 조심한다. 융자액수가 41만7천달러 이상인 점보론(nonconforming loans)인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두 모기지 자이언트의 엄격한 융자 기준을 벗어난 경우에는 현미경을 들이댄다. 머리를 참빗으로 긁어내듯이 융자심사를 면밀하게 실시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론을 두 자이언트가 사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니-프레디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모기지 상품인 경우 세컨더리 마켓에서 지금처럼 수요가 적었던 적은 없다”고 전했다.
지금 은행들은 부실 처리된 대출에 대해 ‘부검’을 행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새로 나가는 융자에서는 같은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심사를 한다. 누가 부실 융자해줬는지 ‘색출’하는 판이니 융자가 쉽게 나올 리가 없다.
‘부검식 융자 심사’(forensic underwriting)란 용어는 이미 나간 융자 중 무엇이 잘 못됐는가를 조사할 때 쓰이는데 누가 융자를 해줬으며 왜 융자를 했는가를 따진다. 살인 수사하듯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언더라이터들이 융자신청인을 대하는 모습이 예전과는 달리 매우 조심스럽다.
“요즘 모기지 융자 심사는 2년 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2005년에는 봉급명세(pay stubs)와 세금보고를 팩스로 보내면 론이 4일 만에 나왔는데 지금은 6주가 걸리고 확인 정도와 서류 요구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롭다”고 최근 모기지 융자를 신청했던 한 바이어는 전했다.
융자업계 관계자들도 “융자 심사 과정이 2000년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환상적으로 낮았던 이자율에 노 다운, 이자만 내는 융자 등 아무나 신청만 하면 나오던 융자가 널렸던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주택경기가 극도로 침체됐던 1990년대보다 모기지 융자가 더 어려워졌다는 전언이다.
은행들이 부검식 신용 심사를 한 뒤 밝혀낸 사실들은 융자 심사 시 새로운 기준으로 반영된다. 부검하듯 철저히 심사를 하는 판이니 소비자로서는 정직이 최선이다. 예전처럼 허술하게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융자신청인이나 브로커는 반드시 진실만을 말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융자는 꼬이고 받을 가능성이 없어진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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