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2007년의 기억

2008-01-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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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기독교는 두 가지 사건을 통해 지난 2007년을 기억해야 한다.
첫째는 지난 여름에 일어났던 아프가니스탄 단기선교팀의 피랍 사건이다. 피랍사건 자체가 우리에게 준 충격도 컸지만 이 사건을 통해서 한국의 반기독교정서가 확인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하여야 한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의 기독교가 받은 비판은 한국 기독교인들에 대한 평소에 불편했던 일반 국민의 심기가 표현된 것이다. 그들은 한국의 교회나 기독교인들을 이웃에 대한 배려가 없고 독선적일 뿐만 아니라 비윤리적, 반사회적이기까지한 집단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사회로부터 비판받고 있음을 스스로 주님의 의를 위하여 핍박받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세상의 핍박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예수 믿는 사람처럼 살지 않는다고 세상의 꾸지람을 받은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독교 비판은 자체 정화 능력을 잃은 기독교인들을 향하여 ‘하나님이 일으키신 돌들의 소리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2008년 한국교회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자아를 성찰하고 회개하고 새로워지는 일이다.
2007년에 한국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사건은 이처럼 기독교가 불신당하는 가운데에서도 장로 대통령을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발 벗고 나서서 애를 썼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스스로가 엄청난 재력가인 이 크리스천 정치인은 가난한 자보다는 부유한 자의 입장을 옹호하는 정책을 들고 나왔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많은 도덕적인 그리고 법적인 잘못을 저지른 기록이 있음이 밝혀진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이명박 후보를 계속 밀어 붙였고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은 그 물결에 앞장을 섰다. 어떤 목사는 우리가 교역자를 뽑는 것이 아니니 도덕적인 결함이 좀 있어도 된다고 종교인답지 않은 발언조차 서슴지 않았다. 이제 집권자의 종교가 되었다고 으쓱해 하는 한국 기독교의 모습을 보면서 예언자로서의 종교, 가난한 자의 종교, 윤리 종교로서의 기독교의 모습은 어디에 갔는가, 그리고 하나님은 왜 한국을 이명박 장로에게 붙이셨는가 하고 우리는 물어야 한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시지만 인간에게 책임을 묻는 하나님이시기도 하다. 특별히 하나님은 그를 믿는 백성들에게 책임을 준엄하게 물으신다. 100여년 전 한국이 나라를 잃고 많은 백성들이 희망을 잃고 퇴폐적 삶 속에 빠져있을 때 하나님은 한줌도 안 되는 기독교도와 그 교회를 통해 한국에 미래상과 소망을 제시하셨다. 미국이 산업혁명 이후 엄청난 부패와 타락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하나님은 기독교회를 통하여 개혁운동을 전개하셨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한국의 기독교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상실하였고 그래서 교회가 개혁되지 않으면 교회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밝은 미래가 없다는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시기에 한국 기독교는 집권자의 종교가 되었다.
만일 기독교가 부패한 부유층, 권력층을 옹호하는 종교가 된다면 하나님의 진노는 크실 것이다. 그때는 한국의 기독교가 부패한 종교인, 정치인 그리고 부유층들과 더불어 엄청난 쇄락을 하고 말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부자만 만들어 준다면 비도덕적인 정치가도 상관없다고 하는 한국사회와 거기에 편승해서 집권세력, 특권세력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는 한국교회에 내리시는 하나님의 심판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장로 대통령의 출현은 한국 기독교에 내리시는 하나님의 복이라기보다는 기독교가 하나님의 심판대 위에 올려진 사건이라고 보아야 한다.
(기윤실 실행위원, www.cemla.org)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날 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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