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처 보듬고 말씀 채웠더니 교회 빈자리 차츰 줄었어요”

2008-01-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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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보듬고 말씀 채웠더니 교회 빈자리 차츰 줄었어요”

에덴장로교회 김선웅 목사는 “이민자들이 소그룹 속에서 삶을 나누며 서로를 진정으로 돌아보는 교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에덴장로교회 김 선 웅 목사

평신도 배려 새벽기도회 줄이고
제자훈련 등 강화해 목자 육성
문닫기 직전서‘믿음 반석’위에

한 목회자가 목사가 자주 바뀌면서 교인들이 대부분 떠난 피폐한 교회를 맡아 약 2년만에 ‘담장을 넘어가는 푸른 가지 같이’ 생명력 있는 공동체로 세워가고 있어 화제다.
풀러튼 소재 에덴장로교회(2200 W. Orangethorpe Ave.) 담임 김선웅 목사(48). 그가 2006년 1월 담임목사로 취임할 당시 교인이 10명에 불과했던 이 교회는 이제 100여명 규모로 자랐다. 1마일만 가면 대형교회인 남가주사랑의교회와 은혜한인교회가 있음을 생각하면 이 숫자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더욱이 부지런히 길러낸 ‘목자’(평신도 리더)들을 동력화, 삶을 나누는 공동체인 ‘푸른 목장’ 모임도 오는 2월부터 시작한다.
지극히 작은 교회를 선택한 김 목사의 결단은 크리스천들조차 물량주의에 쉽게 빠져드는 세태 속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할 수 없어 택한 길이 아니었다. 그는 평신도 시절부터 강단에 섰을 만큼 영적 깊이를 인정받았으며, 골든게이트 신학교를 졸업하고 10년 가까이 부교역자 생활을 한 탄탄한 경험도 있었다.
“교회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2개월간 기도했습니다. 20년을 ‘광야’에서 준비하며 기다렸는데 첫 담임 사역지가 문 닫기 일보직전인 교회라니요. 좀 더 큰 교회를 맡겨주실 줄 알았는데…. 하지만 기도 중에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목회자들 때문에 상처 입은 교인들을 위로하는 일만이라도 제가 할 수 있다면, 그곳이 바로 하나님이 보내시는 사역지임을.”
‘에덴’을 맡은 후 그는 기존 교인들을 사랑으로 보듬으며 상처를 싸매기 시작했다. 신앙의 뿌리를 말씀 안에 든든히 내리도록 가르치는 작업도 병행했다. 그러자 교인들이 사랑의 띠로 든든히 묶이기 시작했고, 본당의 빈자리가 하나둘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교인들이 교회 안에서 은사에 따라 즐거이 봉사하고, 세상에서는 빛이 되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때문에 토요일 외에는 새벽기도회를 갖지 않는 등 교회 행사를 최소화하고, ‘푸른 목장’도 2주에 한 번씩 모인다. 생업에 충실하고 운동을 통해 ‘하나님의 성전’인 몸을 잘 관리하는 한편 부부간 관계 정립과 자녀 교육에도 더 신경을 쓰라는 배려다. 김 목사는 페인팅 등에 종사하며 이민생활을 온몸으로 겪었기에, 전인격적 신앙의 중요성과 더불어 평신도들이 지고 가는 삶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가 ‘편의주의 신앙’에 머무르려는 일부 교인에 영합하는 것은 아니다. 직접 만든 제자훈련 교재를 쓰는 ‘베드로반’ ‘바울반’ 등 정규과정(13~26주)과 ‘복음전도반’ ‘말씀묵상반’ 등 단기과정을 운영, 적당한 ‘영적 운동’을 시킨다. 소그룹 성경공부를 1,000회 이상 인도한 경험이 있는 그에게는 자기 교회 울타리 너머를 향한 꿈도 있다. 모든 교회가 잘 되도록, 1년에 5명의 목회자를 선택해 지속적 멘토링을 통해 ‘소그룹 인도자’로 세우는 사역도 훗날 감당하는 것이다.
김 목사의 참신한 목회와 비전 분양을 통해 태초의 에덴동산을 닮은,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 같은 교회가 이 땅에 늘어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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