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 속의 부처-동창이 밝았으니!

2008-0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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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동창이 밝았으니!
사람아! 눈 씻고 청산은 보았는가. 귀 씻고 솔바람 소리는 들었는가. 어제는 가고 내일이 왔으매!
새 날이, 새로운 해가 가없는 가슴을 열었습니다.
이제, 해묵은 멍석도 갈았고, 지필묵 또한 채비가 되었으니, 얼씨구나, 삶의 꽹과리 두드리며, 굿패거리 놀이 놀듯, 한 판 신명나게 놀아볼 일만 남았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텅 빈 화선지를, 각자의 혼과 몸을 쏟아 알알이 여문 꿈으로 메워가는 일입니다.
그 놀이판이 엉망이 되든, 제멋대로 환칠을 한 그림이 되든, 그것은 지레 염두에 둘 일은 못 됩니다.
미주 불교 홍포에 앞장 서셨던 숭산 대선사께서는, 구도(求道)라는 지고 지난한 길을 나선 벽안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공부를 지어가도록 주문하셨습니다.
“only do it!”
그것은 먼 길을 가는 여정에서 결코, 이 동네 저 동네 기웃거리지 않고 의지한 대로 오직 가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그 뜻이 이루어지리라는 가르침이라 생각됩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생명이 없는 여인상과, 사랑에 빠져버린 그리스 신화 속의 조각가입니다.
자신의 조각상과 요상한(?) 사랑에 빠진 그는,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신전을 찾아가 기도를 했습니다.
“여신이시여! 제발 제 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십시오! 아름다운 얼굴처럼 마음씨 곱고 말씨도 고운 진실한 여인으로, 제 품에 안길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피그말리온의 지극한 사랑에 감동한 여신은 결국, 여인상에 생명을 허락했고, 그는 다시 태어난 그 여인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피그말리온 효과’란 ‘믿음이나 기대대로 실현되는 현상’을 말하며, ‘나는, 또는 너는 잘 할 수 있다’라는 말로 주위에서 용기를 북돋워주거나 스스로 자신감을 심어 주는 자기최면만으로도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기대한 대로 이루어지리라,’ 그것을 믿고 다만, 행하기만 한다면, 바람은 성취되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그러나 사람살이라는 것이, 아주, 그렇게 ‘나’ ‘나의 것’만을 고집하며 살아서는 아니 될 일입니다. 왜인고하니,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 미세한 먼지 같은 땅덩어리에 발붙이고 사는 인간들은, 그저, 몇 대만 거슬러 올라가도, 피를 나눈 혈육이 그물망처럼 사통팔달로 연결되어, 수천 수억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비단 인간들만이 아니라, 지구를 포함한 우주의 모든 존재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상생과 공생의 관계로 맺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은 뒤처진 주위도 살피며, 말아 쥔 마음 풀어낼 줄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보시게 사람들아! 우리가 어디 남이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더욱이, 남을 위해 내가 움켜진 것들을 무상으로 들어내고, 무조건 헌신한다는 것은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기에, 그것은 보다 아름답고 숭고한 가치입니다.
시인 안도현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제목의 짧은 시에서, 준엄한 눈빛으로 매몰차게 우리들에게 묻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박 재 욱
(로메리카 불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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