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주택시장 “희망의 싹도 보인다”

2008-01-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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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중 반등 어렵다는 전망 지배적이지만
모기지 이자율 낮고 일반 경제 좋아 활력 기대
골이 깊기에 매입 호기… 투자심리 변화 올 것

지난 한해 주택 시장에는 혹독한 찬바람이 불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융자 부실로 차압이 봇물을 이뤘고, 주택 매물은 급격히 쌓여갔다. 판매는 얼어붙었고 집값은 크게 떨어졌다. 주택 소유주와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던 주택시장은 새해에는 활력을 되찾고 일어설 수 있을 것인가. 어두운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서도 희망을 갖게 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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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경제가 나쁘지 않고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모기지 이자율도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등 얼어붙은 땅 아래로는 소생의 싹도 자라고 있는 것이다. 깊은 골을 거쳐 어쩌면 반등이 올해 찾아올지도 모른다.
희망의 싹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먼저 지독한 슬럼프였던 2007년 시장을 되짚어 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미전국의 주택 소유주들은 지난해 첫 3분기 동안 자신들의 집에서 무려 1,600억달러의 순 자산 손실을 봤다. 주택 자산가치에서 모기지 밸런스를 뺀 홈오너들의 에퀴티는 50.4%로 뚝 떨어졌다. 2002년에만해도 56.1%는 됐었다. 연방준비제도의 이 통계는 4분기 자료가 발표되면 더 나빠질 것이다.
단독주택 차압이 3분기 중 1.69%나 됐는데 이는 지난 수 십년간 가장 나쁜 것이다. 100명 중 거의 두 명이 살던 집을 뺏겼으니 고통이 심했다.
전체 모기지의 5.6%가 30일 이상 연체됐으며 서브 프라임 변동 모기지를 받은 홈오너 5명 중 한명은 3분기 말 현재 모기지 페이먼트를 제때 못내고 연체에 떨어졌다. 특히 지역에 따라서는 아주 심각하다. 미시간주는 26.2%, 매서추세츠주는 거의 23%가 연체다.
2001-05년 주택 붐 기간엔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지역 시장은 하나같이 폭락을 맞았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네바다, 애리조나 일부 지역은 전년 대비 50%나 폭락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많은 경우 투기꾼들이 소유했던 주택들이었다.
미판매 주택 재고가 전국평균 10.8개월분으로 급증했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는 경제전문가라 할지라도 이 엄청난 재고는 내년에도 시장을 짓누를 악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권이 큰 손실을 입었고 그로 인해 대량 감원이 뒤따랐다. 주택 및 모기지 관련 산업의 고용 손실이 컸다.
이상 통계에서 보듯 참혹한 현실 가운데서도 내년을 밝게 볼 수 있는 구석은 있다. 지난해 주택시장은 아주 나빴지만 부동산 시장이 기반을 둔 일반 경제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미국 경제의 힘이 있으며 그런 힘이 올해에도 계속 작용한다면 주택시장이 바닥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다.
바닥이 있으면 언제고 회복 사이클이 뒤따를 것이며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먼저 모기지 이자율이 좋다는 점은 큰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 만약 2006년과 07년에 모기지 이자율이 높았다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차압과 연체는 지금보다 더 했을 것이다. 다행히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해 거의 전 기간에 걸쳐 낮은 6%대를 유지했다. 이자율이 낮게 유지되는 덕에 많은 사람들이 FHA 모기지론이나 패니매/프레디맥 론으로 재융자 받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차압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또 최근 연방정부가 발표한 모기지 론 조정 및 이자율 동결 조치도 고전중인 서브 프라임 홈오너들이 새해에 차압에서 헤어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 경제는 여전히 건강한 편이다. 고용은 안정적이며 완만하게 성장하고 경제 역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도 낮게 유지돼 지난해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경제가 나빴다면 주택시장은 더 고전했을 것이다. 이런 경제적 동력은 새해에도 주택시장에 좋은 효과를 미칠 것이다.
지난해 기존 주택 및 신규 주택의 판매가 급감했다지만 총 650만채가 거래됐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된다. 절대량에 있어 역대 미국 부동산 사상 5번째로 많은 양이었다.
그리고 전국의 다수 지역은 주택시장 과열을 경험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폭락의 고통도 없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지난해 폭락으로 고통을 겪은 지역은 수 십개 투기 지역이었다. 전국 287개 메트로폴리탄 마켓 중 204개 지역은 주택가격이 전년과 같거나 상승했다. 일부 투기지역이 급락했지 대다수 지역은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모든 조정 국면에서는 반드시 소비심리가 변하는 때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아무리 위축된 시장이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집이 필요할 테고 가격이 싸고 융자도 가능하다면 집을 사기에 좋은 때라고 느낄 것이고 주변의 많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심리적 사이클은 변하게 된다. 모든 지역이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 투자 심리가 푸른 등으로 변하는 지역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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