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클럽-경매의 해 2008년(상)

2008-01-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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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첫 칼럼은 주로 작년의 경제가 어땠으니 내년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장황한 분석으로 공간을 꽉 채우게 된다. 많은 경우가 정해진 공간이 부족해 2부 3부까지 나눠서 써야하는 문제마저 생긴다. 하지만 2008년의 첫 칼럼을 장식하는 오늘은 간단한 전망으로 마치고 나머지 소중한 공간은 실질적인 정보제공에 쓰고자 한다.
지난주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2008년은 2007년에 표면화됐었던 문제점들의 결과가 나타나는 한 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간단히 말해서 재고, 숏세일, 차압이라는 단어로 장식되는 그리 참신하지 못한 한 해가 될 거라는 뜻이다.
유명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신년 부동산 전망의 결론도 그 세 개의 단어 밖으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그들의 엄청난 숫자 분석 경험과 전망 능력이 일반 소비자와 차별화되는 것은 신년 이자율이 어디까지 내려갈 것이냐를 한 두 주일 먼저 맞춘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 그 외에 미국의 새 대통령이 등장한다는 것 빼고는 그리 흥분할 만한 경제 이벤트는 없을 것 같다. 현재 증권가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2008년 리세션은 현실화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 보이는 관계로 부동산 보다는 주식 쪽이 투자가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경제 성장 연착륙과 떨어지는 이자율은 주식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함께 협력관계를 맺고 있던 개발업자 몇 명과의 대화에서 재고 정리를 경매로 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능력이 없는 세일즈 팀만 믿고 수 천 만달러의 재고를 깔고 앉아 있기엔 출혈이 너무 크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꾸준히 펼쳐야하는 마케팅 비용과 세일즈 슬로 다운에 비해 줄어들지 않는 고정비용 때문에 은행 이자마저 지불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세일즈가 투자에 대한 돈을 남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생존의 막바지에 이른 것이다.
2007년 봄까지만 해도 개발업자들이 두 손을 들려고 하면 다른 투자그룹이나 헤지펀드에서 남은 재고 주택을 통째(bulk sale)로 떠맡는 경우가 많았다. 결과는 주로 팔고나가는 개발업자나 투자자들은 주로 그동안 페이한 이자와 마케팅 비용을 잃고 나가는 정도였다. 새로 들어온 투자그룹은 그 전 주인보다 강화된 세일즈 팀을 고용하고 전 주인 벌려놓은 고정 비용을 절감하면서 재고정리를 해 나감으로써 연간 15%정도의 투자 실적을 목표로 하는 것이 통상적인 계산이다.
하지만 그토록 자신 있게 들어왔던 투자 그룹들이 경매처분을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그들도 막다른 길에 달했다는 뜻이다. 경매회사들은 셀러들을 위해 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어들은 마치 경매회사들이 행하는 부동산 경매가 바이어들에게 큰 이익을 줄 것이는 착각에 빠져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경매회사들이 셀러들에게 제공하는 첫 프리젠테이션의 핵심은 경매를 통해 재고를 정리했을 때 생기는 이윤이 전통적인 세일즈를 통해 파는 경우보다 높다는 것을 강조한다. 필자가 알고 있는 대형 경매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경매를 통해 판 콘도의 가격이 셀러가 팔았던 최고 가격의 87%선이었다고 한다. 현재 부동산 시세에서 그 정도의 실적이라면 재고정리를 해야 하는 개발업자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개발업자들의 오퍼를 살펴보면 바이어들에게 제공되는 가격 디스카운트 10%는 기본이고 2년에서 3년 관리비(HOA)를 대신 내주는 것도 모자라 클로징 코스트 전액을 대신 내 주는 딜들이 남발한다. 게다가 셀러들은 미니멈 3%에서 많게는 5%가 넘는 브로커 커미션을 제공해야 하니까 고정비용과 마케팅 비용까지 합하면 한 유닛을 파는데 들어가는 희생이 원래 팔려던 가격의 20%를 넘는 경우가 현재의 실정이다. 그런 희생이 따르고서도 안 팔리는데 경매를 통해서 하루 만에 재고를 다 정리하고 게다가 13%정도의 작은 희생밖에 따르지 않다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셀러의 입장에서 그리도 유리한 조건을 왜 바이어들이 좋아하는 것일까? 필자의 직원 중 미국 경매회사에서 일했던 사람이 있다. 그 유대인 여직원의 경험에 따르면 하루만에 40개의 계약을 맺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불과 여섯 개만이 클로즈되고 34개가 캔슬됐다고 한다. 셀러에게는 무척 피해가 큰 현상이다. 일단 경매가 붙여지고 나서 실패를 하면 차라리 경매를 하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부동산 경매를 통해 집을 사는 방법과 무엇을 조심해야하며 어떤 딜들이 좋은 딜인지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해 보도록 하자. Happy New Year!
(800)429-0014
토마스 박
<시너지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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